섬을 떠난 고향 동기생들이 학업을 마치고 하나둘 모여들면서, 20여 년 전 이들은 동기회를 꾸렸다. 한 달에 한 번 조촐한 술자리를 통해 서로 얼굴 마주할 수 있으면 그뿐이었다. 마흔에 접어들 무렵 회원들은 지역을 위한 의미 있는 일에 대해 고민했고, 기부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수년 동안 어려운 환경에 놓인 고향 아이들을 꾸준히 후원하고 있는 울릉도 출신 1970년생 모임 '경술회' 이야기다.
경술회의 이 같은 활동이 최근 주민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훈훈함을 전하고 있다.
경술회는 2011년 초 후원을 시작했다. 지역에 보탬이 될만한 일을 찾던 중 군청 주민생활지원과를 방문한 게 계기가 됐다. 당시 경술회 회장이던 김성엽 울릉군청 감사계장의 역할도 컸다. 김 계장은 "회원 간 친목을 다지고 경조사를 챙기는 것 외에 작지만 의미 있는 뭔가를 해보자는 게 당시 회원들의 분위기였다"며 "이웃돕기 성금처럼 일회성으로 그치는 게 아닌 꾸준히 이어갈 수 있길 바랐다"고 말했다.
주민생활지원과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하는 디딤씨앗통장 사업을 추천했다. 디딤씨앗통장은 보육원 아동이나 가정위탁 아이들이 만 18세가 됐을 때 학자금'주거비'창업자금 등으로 쓸 목돈 마련을 목표로 2007년 시작됐다. 아이가 통장을 개설해 매월 일정금액을 입금하면 정부가 3만원 이내의 같은 금액을 적립해주는 방식이다. 대부분 아이들을 위해 후원자가 대신 돈을 낸다.
울릉도엔 가정위탁 아이들이 모두 4명이다. 경술회는 만 5년 동안 이들에게 매월 3만원씩을 후원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정부지원금을 합해 각각 360만원을 아이들의 통장에 채웠다. 10년 동안 적립한다고 가정하면 720만원 수준이다.
울릉군 내에서 디딤씨앗통장을 통한 가정위탁 아동 후원은 경술회가 유일하다. 박명환 회장은 이 점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박 회장은 "생각에 따라 적립 금액의 가치가 다르겠지만 아이들이 사회에 첫발을 들였을 때 무언가를 하기엔 다소 부족할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라며 "큰 금액은 아니더라도 이들에 대한 후원이 지역사회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육지의 농어촌과 달리 30, 40대가 많은 편인 울릉군엔 각 기수별로 동기회가 잘 조직돼 있고 활동도 활발하다. 경술회 회원은 35명, 이 가운데 10명은 울릉군청 공무원이다.
※2014년부터 국민기초생활수급자 가정 아동도 디딤씨앗통장 대상자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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