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플랫폼 산업생태계 핵심 됐지만
정책금융기관 여전히 제조업 중심 지원
외국 자본, 우수 중소기업'벤처에 눈독
한국형 '요즈마펀드'로 신산업 키워야
우리나라의 정책금융기관이라 함은 금융위원회 소속의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과 기획재정부 산하의 수출입은행, 지식경제부 산하의 무역보험공사, 그리고 중소기업진흥청 산하의 한국벤처투자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중에서 법률적으로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정책금융기관은 산업은행과 한국벤처투자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 기관들은 융자(대출)나 보증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의 우수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이 하나둘씩 외국 자본의 사냥감이 되고 있다. 현재 외국자본은 주로 일본, 미국, 중국 3곳에서 들어오고 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를 통해 국내 최대 모바일 홈쇼핑 포털 앱인 '홈쇼핑모아'의 운영사인 '버즈니'에 60억원을 투자했고,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오디오 기술의 스타트업 기업인 '가우디오디오랩'에 투자하는 등 올해만 총 24개사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소프트뱅크 본사와 넥슨코리아, LIG손해보험과 함께 총 1천200억원 규모의 '에스비글로벌스타펀드'라는 투자조합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국내 스타트업을 적극 발굴해 투자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애플과 구글, 유튜브, 드랍박스 등에 투자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탈인 세콰이어 캐피탈(Sequoia Capital)은 지난해 쿠팡에 1억달러를 투자했고, 올해는 데일리호텔에 100억원 이상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데일리호텔은 '여기어때'나 '야놀자'와 같은 모바일 숙박 예약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3년 서비스를 시작한 데일리호텔은 국내 최초로 모바일에 최적화된 '타임커머스' 방식을 호텔 예약에 적용한 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거대 공룡이라 일컬어지는 BAT(Baidu, Alibaba, Tencent)도 예외는 아니다. '스마일게이트'사의 '크로스파이어' 온라인게임을 중국 시장에 보급하여 대박을 친 '텐센트'는 다음카카오 지분의 9.9%, CJ게임스 지분의 28%를 보유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넷마블, 네시삼십삼분, 파티게임즈, 카본아이드 등 최근 모바일 시장 성장세가 가파름에 따라 모바일게임 업체를 대상으로 8천억원 이상 투자해 왔다. 알리바바 역시도 우리 기업에 대한 투자에 잇따라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에 허가가 난 온라인 뱅크인 'K뱅크' 컨소시엄의 '뱅크웨어글로벌'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한 중국의 양광그룹은 최근 방송용 디스플레이 개발'제조기업인 티브이로직에 5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가 되었다. 단순 장비 제조기업이던 티브이로직은 사명을 세븐스타웍스로 바꾸면서 콘텐츠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홍콩의 뉴월드그룹은 O2O의 선두기업인 YAP에 220억원을 투자하여 3대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게 되었고, 중국의 DMG그룹은 최근에 유명 드라마'예능 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에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약 250억원을 투자해 새 주인이 되었다.
이처럼 많은 유망 중소 벤처기업들이 성장을 위한 자금을 외국자본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을 정책금융기관들이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책금융기관들은 변화하는 산업생태계를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석기시대의 종말은 주변에 돌이 없어 도래한 것이 아니라 청동이라는 새로운 무기의 등장으로 전쟁의 패러다임이 변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이미 제품 중심의 제조업이 경쟁의 무기였던 시대를 지나 콘텐츠나 플랫폼과 같은 디지털서비스업이 산업생태계의 핵심으로 변해버렸다. 그러나 작금의 정책금융기관은 아직도 제조업 중심의 제품 생산과 수출 지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모바일로 대표되는 변화한 시대의 조류를 정확히 읽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준정부기관으로서 너무 보수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중소벤처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책금융기관들은 민간기업과 리스크를 공동으로 부담하되 투자한 회사의 수익이 발생하면 민간기업이 정책금융기관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국형 '요즈마펀드'를 통해 핀테크, 모바일게임, O2O와 같은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고 성장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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