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뮤지컬 시장은 2005년 뮤지컬 '맘마미아'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그 가능성을 열었다. 공연 관람을 매개로 하는 생산적인 소비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매년 여름이면 열리는 뮤지컬 축제인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딤프) 시즌에는 전국에서 대구로 관객들이 모인다. 흔히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대구의 도시 이미지는 뮤지컬 덕분에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뮤지컬, 그리고 뮤지컬 축제가 키우고 있는 대구의 도시 브랜드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바탕에는 뮤지컬을 향한 대구 시민들의 조건 없는 사랑이 있다. 맘마미아를 보고 내리사랑을 보냈던 시민들은 그동안 국내외 대표 뮤지컬을 다수 접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뮤지컬을 보는 안목도 높아졌다. 이제 전문가들은 대구에서 성공을 거둔 뮤지컬이라야 전국에서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세계적인 뮤지컬 작품들도 국내에 오면 첫 공연지로 대구를 선호한다.
대구 시민들의 사랑은 지금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27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투란도트'로 향하고 있다. 대구시와 딤프가 공동 제작한 투란도트는 2011년 제5회 딤프 개막작으로 무대에 오른 이후 국내외를 오가며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중국 뮤지컬 시장의 반응도 좋다. 2012년부터 둥관, 항저우, 닝보 등에서 공연을 가졌고, 지난해에는 제16회 중국 상하이국제아트페스티벌에 초청돼 전회 객석 점유율 95%를 넘겼다. 그동안 꾸준히 작품을 다듬고 배역도 교체하며 경험치를 쌓아 이번에 고향 대구로 돌아왔다. 지난여름 제9회 딤프 공연 이후 연이어 대구 무대에 서고 있다.
그동안의 성과를 기반으로 투란도트는 이제 투란도트 이후 대구산 창작 뮤지컬의 이정표가 돼야 한다. 우선 대구의 뮤지컬 인력 참여도 확대할 수 있는 창작 뮤지컬이 잇따라 제작되고, 또 무대에 올라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대구의 뮤지컬 인력은 그동안 꾸준히 증가해왔다. 여기에 맞춰 투란도트는 이번 대구 공연에서 처음으로 라이브 연주를 도입하며 지휘 및 연주 인력 일부를 대구 출신들로 발탁했다. 화려한 안무를 구사하는 앙상블 일부도 이전부터 꾸준히 대구의 인재들로 구성하고 있다. 또 투란도트 역을 맡은 박소연은 대구 출신이고, 류 역을 맡은 장은주는 여러 대구산 창작 뮤지컬에 출연해왔다.
다른 크고 작은 대구산 창작 뮤지컬의 역할도 더해져야 한다. 기성 극단은 물론 뮤지컬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의 역할이 주목된다. 한 예로 대경대 뮤지컬과는 창작뮤지컬발전소 '조 프로덕션'을 만들어 '대구의 재발견'이라는 프로젝트로 육신사(박팽년 등 조선 때 사육신의 위패를 봉안한 곳, 대구 달성군 소재)와 2'28민주운동 등 대구의 이야기 소재를 바탕으로 하는 다수의 창작 뮤지컬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인력 양성 및 공급에 맞춘 제작 기반도 확대돼야 한다. 마침 대구시가 공연문화도시 입지 강화와 지역 공연산업 첨단화를 위해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CT(Culture Technology) 공연플렉스 파크 조성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올 하반기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으로 최종 선정됐다. 대구가 뮤지컬을 기반으로 한 공연문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마련한 것이다.
대구 뮤지컬은 지금 자녀를 투란도트 하나만 두고 있다. 더 낳고 또 기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대구산 창작 뮤지컬 활성화의 시점이다. 그럼으로써 대구는 시류에 편승한 돈과 인력이 몰려드는 공연문화기획시장이 아닌, 단단한 기반을 가진 공연문화도시로 나아갈 수 있다. 대구산 창작 뮤지컬 육성은 딤프가 대구로 관객을 모으며 세계적인 문화예술마켓으로 나아가기 위해 밟아야 하는 디딤돌이기도 하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