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 유학생들이 본 대구 관광 현주소…"대구 매력에 흠뻑"

조자항 씨
조자항 씨
김성우 씨
김성우 씨
오의 씨
오의 씨

대구시는 2016년을 '중국인 대구경북 방문의 해'로 정했다. 올 7월 정부가 한중 공동협정에 따라 2016년까지 양국 관광객 교류 1천만 명 시대를 열어가기로 합의하자 대구시도 '대구 외래관광객 1천만 명 유치'를 선포하고, 경북도와 함께 중화권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것이다. 중국 정부의 해외 관광정책 완화와 중국 경제성장에 따른 중국인의 해외 관광 수요 확대 등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 광객이 급증했지만 대부분 서울을 중심으로 제주, 부산 등에 편중돼 있어 대구의 도시 관광자원과 경북의 전통 관광자원을 연계, 중국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오기 위해 '중국인 대구경북 방문의 해'를 지정하게 됐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대구 관광자원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대구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들 눈에 비친 대구 관광의 현주소와 개선점, 전망 등을 살펴본다.

"대자연과 잘 어우러진 대구, 살고 싶어요."

계명대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인 조자항(24) 씨. 대구경북 중국유학생회 회장을 맡고 있는 조 씨는 대구 팬이다.

조 씨는 하얼빈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미뤘다. 한국 유학을 위해서다. 한류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보여준 한국 이미지에 매료된 때문이다.

"1년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하던 중 한국으로 대학교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보자마자 지원했습니다." 그는 대구에 있는 계명대학교를 택했다.

중국에서 그는 항상 사람에 치여 힘들었다. 인구도 많고 오염이 심한 공기에 매번 불편했던 인생은 대구에 내리자마자 행복으로 바뀌었다. "도착하자마자 느낀 공기는 태어나 처음 맞닥뜨린'호흡의 자유' 였어요." 쉬는 날이면 팔공산과 디아크, 앞산공원, 수목원을 주로 찾는 그는 친구들이 와도 이 코스 그대로 데리고 다닌다.

그는 서울보다 대구가 외지인에게는 더 경쟁력이 있다고도 했다.

"서울도 물론 매력적인 도시인 건 맞습니다. 그런데 서울 가면 늘 사람들이 바쁘고 우울해 보여요. 항상 이리저리 뛰어 다니다보면 마음 편히 놓고 쉴 곳을 찾기 힘들더라고요." 하루에 주차비만 10만원이 나오는 서울에 비해 대구는 대부분의 관광지가 멀지 않고 자연친화적인 게 매력이라 손꼽았다.

유학 생활은 외로움과의 싸움이 절반이다. 그 외로운 마음을 채워주는 건 대구의 산과 바람, 별과 물이란다. 조 씨는 "대구로 초대한 친구들도 며칠 있다 보면 대구의 매력에 푹 빠져 돌아간다"며 "곱창과 평화시장 똥집, 반야월 막창은 대구 아니면 절대 맛볼 수 없는 맛"이라고 했다.

"부산을 가면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 바다가 있어요. 그런데 대구를 와보면 상상한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만날 수 있죠."

중국 유학생 김성우(26'대학원생) 씨는 '볼 것 없는 대구'라는 평가를 단박에 뒤집었다.

고향 랴오닝성을 떠나 대구에 정착한지 5년이 됐다는 김 씨는 "오기 전 대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에 아무런 선입견 없이 대구와 마주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올해 한국관광공사에서 모집한 관광점검단으로 활동하면서 '관광 대구'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5년을 살면서도 지나쳤던 대구의 이면을 보면서 한국의 역사를 살필 수 있었다. 3'1운동을 준비하던 학생들의 자취가 서린 90계단길(3'1운동길)이 그랬고, 한국에서 가장 처음으로 커피가 시작된 곳이라는 카페골목이 그랬다.

그는'골목문화해설사'의 도움이 컸다고 했다. 해설사의 스토리텔링 덕택에 역사 속 대구와 한층 더 가까워졌다는 것이다."대구에는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 장소가 많은데 의외로 부각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이 점을 잘 살리면 지금보다 많은 관광객을 끌 수 있지 않을까요."

김 씨는 앞산에서 본 대구 야경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최근 권영진 대구시장과 유학생들이 함께 앞산에 올라 야경을 감상했는데 친구들의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그날 김 씨와 친구들의 SNS는 온통 대구 야경사진으로 덮어 놓았다. 김 씨는"대구 야경은 여태껏 본 야경 중 최고였다. 남산에서 본 서울 야경도 따라올 수 없다. 전망대 난간이 유리로 돼 있어 야경을 눈에 담는데 어떤 장애물도 없었다."

그는 다만 이렇게 덧붙였다."앞산 케이블카는 늦은 밤까지 운행을 안 하더라고요. 멋있는 야경을 많은 사람들이 누리게 하려면 밤에도 케이블카를 운행했으면 해요."

"서울에 두 차례 가봤는데 대구가 훨씬 좋아요. 사람들이 급하지 않고 대구 사투리도 재미있어요."

계명대 중국유학생 대표이자 대구관광홍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오의(23'사진) 씨는 3년여 만에 대구 사람이 다 됐다. "카페라테 좋아해요?"라며 한국어로 묻는 모습도 자연스럽다.

그는 2012년 8월 대구에 와서 현재 계명대에서 국제통상학을 전공하고 있다. 산둥성 출신으로 고등학교 때 1년 정도 한국어를 배웠다. "고교 어학당에서 계명대를 소개해준 인연으로 친구 9명과 함께 대구에 왔죠. 학창시절 한국 드라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를 보면서 드라마에 담긴 계명대 캠퍼스의 모습을 동경해왔죠."

오의 씨는 대구에서 꽤 유명한 곳은 다 가봤다. 서문시장, 김광석 거리, 근대골목 등. 이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앞산이라고 한다. "앞산을 열 번도 넘게 갔어요. 등산을 즐기거든요. 중국 대표적인 산인 태산은 인공물이 많고 관광객으로 붐비는데 앞산은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어 좋았어요."

중구의 근대골목이나 서문시장도 곧잘 가는 곳이다. 특히 대구제일교회가 있는 남성로 주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서양식 건물과 벽화를 만날 수 있잖아요. 박물관 구경도 하면서 백화점에서 쇼핑도 할 수 있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대구의 먹을거리 자랑도 이어졌다. 우의 씨는 막창 이야기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대학교 앞 막창집 여러 곳을 가봤죠. 막창집에서 두 달간 아르바이트도 했지요."

오의 씨는 대구시에서 중국 현지에 대구를 더욱 적극적으로 알렸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중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꼭 한 번 대구에 오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그만큼 매력있는 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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