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 생각에 귀 기울이는 용기는 혁신 원동력"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강연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이 16일 대구 경북대에서 창의력을 기반으로 한 혁신의 중요성에 대해 강연했다.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이 16일 대구 경북대에서 창의력을 기반으로 한 혁신의 중요성에 대해 강연했다.

2000년대 초반 인텔은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CPU 칩의 성능을 더 이상 높이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인텔 공동 설립자였던 무어가 선언한 '무어의 법칙'(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은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것)을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가'비전문가들이 한데 모였다. 이 자리에서 한 트럭 운전기사가 말했다. "자동차가 엔진 성능만 높인다고 빨리 가나, 기어박스도 있어야지." 여기에 착안한 인텔은 한 개 CPU에 2개 프로세서를 설치한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개발했고, 업무를 분산 처리해 2배의 효율을 이끌어내며 재기에 성공했다.

15일 대구를 찾은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은 이런 일화를 소개하며 창의력과 도전정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날 경북대에서 열린 대구창조경제연구회(회장 장호경) 총회에서 '융합! 경제 재도약의 길'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윤 원장은 KT 부사장, 미국 벨 연구소 특임연구원,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등을 역임했다. 2010년 '창업국가'(Start-Up Nation, 댄 세노르'사울 싱어 공저)라는 책을 국내에 번역 출간하고 현 정부 창조경제 기조의 기반을 다진 인물이다.

"창조경제란 전혀 다른 분야의 창의력을 융합해 혁신을 일궈내는 것입니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정부 모든 부처와 기업, 국민이 후츠파 정신을 배워야 합니다."

'후츠파'란 무례와 뻔뻔함, 용기와 도전성을 아우르는 이스라엘 특유의 정신이다. 권력자'권위자에게 자기 생각을 과감하게 표현하는 용기, 권위와 권력에 안주하지 않고 타인의 생각에 귀 기울이는 밑바탕이다. 이를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는 이스라엘은 세계 벤처 투자금의 30%가 몰려 있고 세계 100대 첨단 기술 기업 가운데 70여 개가 연구소'생산기지를 둔 혁신 기지로 성장했다.

윤 원장은 "땅이 작고 자원도 없는 이스라엘이 세계를 리드하는 것은 인적자원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라며 "이스라엘은 아이디어를 주고받기 위한 어떠한 토론'질문도 용인하면서 전 국민의 창의력을 키운다. 우리도 끊임없이 질문할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목표를 정한 후에는 주저하지 말고 달려들며, 실패 위험성을 충분히 파악하되 실패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도전을 용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창조경제의 핵심이 바로 '융합'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가 창조경제 패러다임을 처음 내세웠던 당시 창조경제가 미래창조과학부 소관으로만 여겨지는 것이 아쉬웠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혁신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형식주의입니다. 제가 정부에 있을 당시 여러 부서가 각자의 업무를 칼같이 나누고서 어우러지지 못했어요. 창조경제는 과학과 ICT, 국방, 금융, 의학, 교육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을 요하는데도 말입니다."

그는 "이스라엘과 미국은 대기업이 창의성의 뛰어난 창업기업을 인수하고 창업주를 기업의 중요 자산으로 대우한다. 그렇다 보니 자신의 아이디어를 인정받으려는 전 세계의 창업자들이 이들 나라로 몰려든다"며 "우리나라 경제인들도 혁신과 융합에 관대한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통해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에 투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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