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태맹의 시와함께] 푸른 하늘을-김수영(1921~1968)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전문. 『김수영 전집-시』. 민음사. 2003)

하이에크라는 정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는 자유를 '강제가 없는 상태'로 정의 내렸다고 한다. 그의 사상은 현재 신자유주의의 사상적 토대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자유가 진정 강제가 없는 상태이기만 할까?

김수영은 푸른 하늘을 '강제 없이' 마음대로 나는 노고지리가 진정 자유로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자유를 위해 새는 중력을 이겨야 했고, 어딘가를 고개 돌려 바라보아야 했고, 자신의 깃털 어딘가를 바람의 고통 속에 띄워두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유의 비상은 누군가의 힘을 통해서가 아니라 결단을 통해 홀로 이루어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자유는 '강제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강제를 이겨내려는 상태'라고 정의내리는 것이 옳다. 한 해가 가고 있다. 올 한 해 우리는 진정 자유로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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