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의 도피 생활, 조희팔 사기 사건의 '판도라의 상자', 조희팔의 핵심 브레인…. 갖가지 수식어가 붙은 강태용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조희팔 사건은 올 하반기 메가톤급 이슈였다. 포털사이트만 봐도 관심도를 엿볼 수 있다. '조희팔'로 검색하면 총 9천544건(17일 오후 5시 기준)의 기사가 쏟아진다. 워낙 피해자도 많고 연루자도 많아 조희팔 사건이 우리나라에 어느 정도 태풍을 몰고 올지는 안갯속이다.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흔히 조희팔에 따라붙는 '다단계'가 실상 잘못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포털사이트에 '조희팔 다단계'로 검색하면 총 6천5건(17일 오후 5시 기준)의 기사가 뜬다. 다단계는 법적으로 허용된 유통 방식인데 '조희팔=다단계'가 거의 공식화되면서 다단계 자체가 불법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상 다단계 판매는 판매원이 소비자를 자신과 같은 판매 행위를 하는 하위 판매원으로 가입시키는 영업 방식을 일컫는다. 새로 가입한 판매원은 기존 판매원의 하위 판매원이 되고 상위 판매원은 하위 판매원이 올린 실적의 일부를 후원수당으로 받는다. 이런 단계가 연쇄적으로 일어나다 보니 우리는 쉽게 '다단계'라고 칭하는 것이다.
합법적인 다단계 업체는 행정당국에 등록하고 관리를 받는다. 업체는 관할 지자체에 등록하고 공제조합 가입 등 소비자피해보상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막는 장치가 있다.
다단계 업계는 남모르게 속앓이를 한다. 조희팔 사기 사건은 다단계가 아니라 유사 수신 행위인데 많은 언론과 사람들이 다단계라고 '도매금'으로 취급해 다단계 업체들의 이미지가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사 수신은 금융 수신업으로 등록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여 원금 이상의 확정 금리를 지급하는 행위다. 경찰 관계자는 "합법적으로 금융 수신업을 하려면 무척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고수익을 미끼로 불법 수신 행위를 하다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 조희팔 업체들은 방문판매로 신고했다. 방문판매 등에 따른 법률에 의해 방문판매 업체로 신고만 하면 영업이 가능해서다. 초기 조희팔 업체들은 방문판매로 신고한 뒤 실제로는 유사 수신 행위를 했다. 조희팔 일당은 2004년 대구를 시작으로 2008년까지 전국에 10여 개 피라미드 업체를 차려놓고 의료기기 대여업으로 30∼40%의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투자자 3만여 명으로부터 수조원을 가로챈 것이다.
다단계 업계 관계자는 조희팔 사건을 꺼내자 하소연부터 시작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부터 사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다단계가 많이 회자하다 보니 다단계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는데 이번에 조희팔 사건이 크게 이슈가 되면서 그런 인식이 더 강해진 것 같다. 조희팔 관련 기사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면 전부 사기나 유사 수신 행위에 대한 것인데 제목은 다단계로 뽑는다. 암웨이, 뉴스킨, 허벌라이프 등 글로벌 다단계 업체도 꽤 있는 데 명확한 구분 없이 사용되는 것에 곤혹스러워한다"고 털어놨다.
업계에서는 최근 각 언론사에 이와 관련한 협조공문을 보내고 있으며 서울의 한 메이저 언론사는 지난 16일 기사 내용에 무분별한 다단계 용어를 사용해 법적인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다단계 대신 '금융 다단계'나 '유사 수신' 용어를 사용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 대해 언론의 책임은 크다. 여태껏 매체들의 잘못된 용어 사용으로 선의의 피해가 발생한 사례는 많다. 하지만 그에 대한 성찰은 부족했다. 필자 또한 반성한다. 조희팔 기사를 쓰면서 별생각 없이 다단계라는 용어를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용어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 새삼 느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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