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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철학은 사실, 시민정치가 꽃피웠죠…『한눈에 보는 세계 철학사』

한눈에 보는 세계 철학사/허훈 지음/양철북 펴냄

세계 철학 3천 년 역사의 핵심과 흐름을 설명한 책이다.

철학이 우리 사고의 깊이를 더해주고, 새로운 의문을 갖게 해 준다는 점은 누구나 동의한다. 그러나 철학 공부는 어렵다. 학창시절 철학을 배우지만 철학자의 이름과 핵심 키워드를 암기하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지은이는 철학 공부가 어려운 이유로 "철학의 본질과 달리 단순 암기식으로 공부하기 때문'이며 또 '철학을 소개하는 책들이 대체로 어렵게 씌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 반성 아래 이 책은 '맥락'과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동서양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철학은 기존의 관념이나 현실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성향이 강한 학문이다. 그렇다고 철학이 사회적, 시대적 배경을 초월해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둘러싼 조건이 바뀌면 사람의 인식도 바뀐다. 그래서 어떤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를 둘러싼 환경과 조건을 살펴야 한다. 지은이는 "철학도 이와 꼭 같다"고 말한다. 시대적 맥락 없이 불쑥 튀어나오는 사상은 없고, 따라서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살펴야 철학을 더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두 가지 접근 방법으로 철학을 설명한다. 하나는 철학자 개인의 성장 환경과 경험, 성향, 학문적 배경, 종교,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철학사상 그 자체를 들여다보는 방식이다.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함으로써 특정 철학이 왜, 언제, 어떻게, 어떤 내용으로 등장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자는 것이다.

철학은 앞선 사상이나 철학에 대한 비판과 반성을 토대로 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하나의 철학을 이해하자면 그 앞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매우 독창적이라고 알려진 니체 역시 이전 철학에 대한 강력한 비판과 반성으로부터 출발했다는 점은 철학을 이해함에 있어 앞선 철학에 대한 탐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가령 아테네에서 철학이 꽃핀 까닭은 무엇일까.

기원전 490년 마라톤 전투에서 그리스는 페르시아군을 격파했다. 10년 뒤에는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 대군을 격파했다. 승전국 그리스는 정치, 경제, 문화에서 황금기를 누렸는데, 특히 전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아테네가 전성기를 누렸다.

중요한 것은 마라톤 전투 당시 승리는 주로 농민 보병들이 이루어낸 것이었고, 살라미스 해전 승리의 주역은 수공업 노동자 출신의 군인들이 이루어냈다는 점이다. 전쟁이 끝나자 이들의 사회적 지위는 높아졌고, 그들은 아테네 귀족의 특권을 빼앗아 시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민주제를 확립했다. 정치권력은 왕에서 귀족으로, 참주(불법으로 권력을 잡거나 계승한 왕)에게서 시민으로 넘어갔다.

모든 아테네 시민들은 정치적인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게 됐다. (물론 여자와 노예는 시민권이 없었다.) 국가 중대사는 시민들로 구성된 국가평의회에서 논의됐고, 모든 시민은 평생 한 번은 평의회 의원이 되어 봉사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시민들은 누구나 정치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고,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조리 있게 펼치고 상대방을 설득시킬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었다.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 철학'이 아테네를 중심으로 꽃핀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서양 고대철학을 다룬다. 자연철학, 소피스트,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스토아학파, 에피쿠로스학파 등이다. 2장은 서양 중세철학이다. 교부철학, 스콜라철학, 오컴 등이다. 3장은 서양 근대철학으로 데카르트, 스피노자, 홉스, 로크, 버클리, 칸트, 헤겔, 밀 등이다. 4장은 서양 현대철학으로 마르크스, 쇼펜하우어, 니체, 하이데거, 샤르트르, 푸코, 데리다 등이다. 5장은 동양의 유학이다. 공자, 맹자, 한비자, 왕양명, 이황과 이이, 정약용 등이다. 6장은 불가편으로 석가모니, 용수, 교종과 선종, 원효, 의천과 지눌 등이다. 7장은 도가로 노자, 장자, 왕필 등이다. 8장은 동학을 이야기한다.

지은이 허훈은 성균관대학에서 한국철학을 공부했다. 국제예술대학교와 중앙대학교에서 강의했으며, 지은 책으로 '영원한 철학' '마음은 몸으로 말한다' '동무 이제마의 철학사상' 등이 있다. 평범한 여고생들에게 이 책의 감수를 맡겨 그들 눈에 어렵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더 쉽게 고쳐 썼다고 한다. 588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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