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사업 실패로 노숙인이 된 김모(53) 씨. 거리를 떠돌다 얼마 전 대구 중구 향촌동의 월세 15만원짜리 쪽방에 주소를 등록했다. 살림살이 하나 없는 방이지만 주소지가 있어야만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될 수 있어서다. 김 씨는 "50만원 정도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월세를 내고 나면 겨우 30만원이 남는다. 돈보다도 의료급여를 받으려면 주민등록이 있어야 해서 쪽방을 빌렸다"고 말했다.
상당수 노숙인이 거주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비조차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숙인들에게 거주지를 제공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에 있는 노숙인은 250여 명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주민등록이 말소됐다. 이런 탓에 주민등록을 기준으로 선정하는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최저생계비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17일 오후 찾아간 향촌동의 한 쪽방촌. 18개 방이 있는 한 여인숙에는 노숙하다 임시 거처를 마련한 3명의 노숙인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들도 말소된 주민등록을 복원하기 위해 쪽방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한 노숙인은 "겨울에는 차라리 대구역에서 자는 게 나을 정도로 방이 춥지만 거주지가 있어야 의료급여를 받으면서 병원에 갈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노숙인종합지원센터에서도 노숙인에게 임시 주거를 지원해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고령이거나 질병이 있는 사람을 우선 대상자로 선정하고 있어 혜택을 받기는 쉽지 않다. 센터 관계자는 "한 해 20명가량을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 있는데 올해 19명이 지원을 받았고, 7명이 말소된 주민등록을 다시 살렸다. 사실상 고령이거나 아픈 사람 위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임시주거지원사업으로 노숙인들에게 24만원의 월세를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시행 첫해인 2012년에 노숙인 490명에게 월세를 지원해 78.5%(385명)가 주거를 유지했고, 2013년에는 572명 중 77.3%(445명)가 노숙생활을 청산했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 소장은 "노숙인을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들에게 거처를 우선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주민등록도 할 수 있게 된다. 노숙인과 관련된 정책을 '하우징퍼스트'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