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초수급 받으려 쪽방 찾는 노숙자

주소지 있어야 주민등록 회복 가능…서울 월세 지급, 노숙 청산 77% 넘어

몇 년 전 사업 실패로 노숙인이 된 김모(53) 씨. 거리를 떠돌다 얼마 전 대구 중구 향촌동의 월세 15만원짜리 쪽방에 주소를 등록했다. 살림살이 하나 없는 방이지만 주소지가 있어야만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될 수 있어서다. 김 씨는 "50만원 정도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월세를 내고 나면 겨우 30만원이 남는다. 돈보다도 의료급여를 받으려면 주민등록이 있어야 해서 쪽방을 빌렸다"고 말했다.

상당수 노숙인이 거주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비조차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숙인들에게 거주지를 제공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에 있는 노숙인은 250여 명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주민등록이 말소됐다. 이런 탓에 주민등록을 기준으로 선정하는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최저생계비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17일 오후 찾아간 향촌동의 한 쪽방촌. 18개 방이 있는 한 여인숙에는 노숙하다 임시 거처를 마련한 3명의 노숙인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들도 말소된 주민등록을 복원하기 위해 쪽방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한 노숙인은 "겨울에는 차라리 대구역에서 자는 게 나을 정도로 방이 춥지만 거주지가 있어야 의료급여를 받으면서 병원에 갈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노숙인종합지원센터에서도 노숙인에게 임시 주거를 지원해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고령이거나 질병이 있는 사람을 우선 대상자로 선정하고 있어 혜택을 받기는 쉽지 않다. 센터 관계자는 "한 해 20명가량을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 있는데 올해 19명이 지원을 받았고, 7명이 말소된 주민등록을 다시 살렸다. 사실상 고령이거나 아픈 사람 위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임시주거지원사업으로 노숙인들에게 24만원의 월세를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시행 첫해인 2012년에 노숙인 490명에게 월세를 지원해 78.5%(385명)가 주거를 유지했고, 2013년에는 572명 중 77.3%(445명)가 노숙생활을 청산했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 소장은 "노숙인을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들에게 거처를 우선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주민등록도 할 수 있게 된다. 노숙인과 관련된 정책을 '하우징퍼스트'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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