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래 불안해서…직장인·주부 학습지 '열공'

성인 비율 올초 보다 14% 증가…비용 저렴·독학보다 실용적 인기

직장인 양모(28) 씨는 얼마 전 중국어 학습지를 신청했다. 어학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학원에 갈 여유가 없어 망설이다 방문 교사가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 학습지를 선택한 것이다. 양 씨는 "어렸을 때 그렇게 풀기 싫던 학습지가 요즘에는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며 "스스로 공부하는 재미도 있고 미래를 준비한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최근 아이들의 전유물인 '학습지'가 직장인과 주부 등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대구의 한 학습지 업체에 따르면 현재 학습지를 신청한 성인 비율이 올해 초에 비해 14% 정도 늘었다는 것. 이 업체 관계자는 "보통 12월부터 2월까지가 신청이 많아지는 기간이라 앞으로 더 늘 것으로 보인다. 학습지로 한글을 배우려는 노년층 수요 외에 중국어, 일본어, 한자 등 학습지를 신청하는 성인이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는 기존 학원 공부보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이직을 준비하면서 중국어 공부를 학습지로 한다는 이모(28'여) 씨는 "일주일에 한 차례 강사가 방문해 진도를 확인해 주니까 독학보다 강제성이 있고 시간도 쪼갤 수 있어 최적의 공부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저렴한 비용도 한몫한다. 학원 수강료가 통상 10만~30만원에 이르고 인터넷 강의 역시 8만~9만원인 반면 학습지는 한 달에 3만원대에 불과하다.

기성세대들이 학습지 공부에 빠져드는 것은 미래를 위한 준비와 함께 어린 시절 추억을 되살릴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취업준비생 유모(27) 씨는 "중국어 학습지를 공부한 지 1년 됐다. 교재에 그려진 큼직한 캐릭터를 보면 어린 시절 생각도 난다"고 말했다. 한 학습지 교사는 "현재 가르치는 학생 중 10%가 성인인데 대부분 채점하는 것을 싫어한다. 아무래도 사회생활을 하며 평가받는 것에 지친 영향이 있는 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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