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與野 "자리 좀 비워달라" 압박…위기의 달빛동맹 중진의원들

친박·친노 "신인 위해 용퇴" 정치적 고향서 물갈이 요구…대구경북 "일단 지켜봐야"

대구경북, 전남광주 이른바 달빛동맹(달구벌+빛고을) 지역의 중진 국회의원들이 요즘 편치 않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중앙당에서 정치 신인을 위해 자리를 비워달라는 압박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친박 진영이, 새정치민주연합은 친노'주류가 '정치적 고향'에서 강도 높은 물갈이를 요구하고 있다.

지역별로 물갈이 대상 중진 의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3선 이상 중진이 7, 8명 정도인 대구경북의 의원들은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며 수성을 준비하고 있는 반면 광주전남 중진들은 새정치연합 '탈당 후 신당 합류'를 공언하는 등 반발 움직임이 거세다.

이는 대구경북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대통령이 원하는 신인을 배려해야 한다는 노년층의 주장과 지역민의 의사를 묻지 않는 방식의 내리꽂기는 안 된다는 소장층의 반대 여론이 맞서고 있지만 광주전남은 '안철수 신당'이 바람을 일으키면서 어느 정도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고 있어서다.

이 같은 분위기 탓에 대구경북 중진의원 가운덴 아직 중대 결단을 발표한 사람이 없다. 하지만 광주에서 내리 3선 고지에 오른 김동철 의원은 지난 20일 당내 주류의 물갈이 압박에 '안철수 신당'행을 공언하며 새정치연합을 탈당했다. 김 의원은 이날 탈당 기자회견에서 "일주일 뒤 몇 분이 탈당하고 그다음 주에도 몇 분이 (탈당을)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광주전남의 중진 의원들이 동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이라면 광주전남의 상황이 대구경북과 같았을 것"이라며 "지역을 압도하는 정치적 영향력의 존재 여부가 중진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양당의 '텃밭 중진 흔들기'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당내 계파 지분율을 높이려 쉬운 길을 선택했다는 비판이 가장 먼저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계파에 대한 충성심을 중심으로 인재를 발탁하다 보니 본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인사를 내세울 수밖에 없게 됐다"며 "결국 텃밭 물갈이로 궁색한 상황을 돌파하려는 꼼수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참신한 정치 신인을 등용하기 위해서는 중진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인지도와 지역 장악력 측면에서 기성 정치인에 현저하게 밀리는 신인들이 총선에서 당선되려면 텃밭 또는 우세 지역밖에 길이 없다는 현실론이다. 실제로 현재 '험지 출마' 요구를 받고 있는 여야 중진 의원 가운데 상당수는 정치권 입문 당시 '배려'를 받았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텃밭에서 10년 이상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중진 정치인을 신인이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느냐"며 "정치적 유년기를 지나 장성한 중진은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험지에서 정치적 성과물로 평가받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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