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13일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지금 대구경북에서는 새누리당 우산 속에 들어가 박근혜 대통령을 팔아 선거를 치르려는 바람이 분다. 오랜 객지 생활을 하다 선거 코앞에 두고 대구경북 '촌동네'로 '귀촌'한 출마 희망자나 일찍 자리 잡은 '토종' 예비 출마자 가리지 않고 그렇다. '친박'(親朴), '진박'(眞朴), '신박'(新朴) 등 갖은 구실로 대통령과 인연의 끈을 맺으려 한다. 새누리당 텃밭인데다 대통령에 기대 무임승차 하려는 낯간지러운 모습이다. 말하자면 박 대통령이라는 든든한 밑둥치에 '접붙이려'는 '접박'(椄朴) 마케팅과 다름 아니다.
우리가 아는 접(椄)붙이기 역사는 오래다. 사실 그것은 농경 사회가 창조한 영농법이다. 농사가 천하의 근본이던 시절, 옛 사람은 봄부터 씨앗을 뿌려 김매고 가을에 수확하고 겨울이면 다음해 농사 준비하느라 바빴다. 그러면서 농사 경험을 입과 글로 전하고 기록했다. 나은 농사와 내일을 위해서다. 농서(農書)가 시대에 맞게 만들어진 이유다. 농서의 단골 영농법의 하나가 접붙이기다. 품종개량이 쉽지 않던 당시, 그것이야말로 대안이었다. 뿌리로 영양분을 공급하는 밑나무 즉 대목(臺木)에 거둘 과수 가지를 접수(椄穗) 혹은 접지(椄枝)하는 접붙이기로 과일의 맛과 색, 크기, 생장의 변화를 가져왔다.
어의 전순의는 1천450년쯤 남긴 현존 최고(最古) 종합농서인 '산가요록'에 이를 전했다. '봄 사이에 대추나무를 뚫어 구멍을 만들고 포도나무 가지를 구멍 속으로 끌어낸다. 포도나무 가지가 자라 구멍을 가득 메우면 포도나무 뿌리를 잘라낸 다음 대추나무 뿌리에 의탁해 자라면 열매가 대추처럼 된다.' 200년 뒤 1천676년 박세당은 '색경', 1766년 유중림은 '증보산림경제'로 더 많은 사례를 넣었다. '능금나무와 배나무는 모과나무를 밑나무로 하여 접붙이고, 복숭아나무를 자두나무에 접붙이고, 뽕나무를 매화나무와 배나무에 접붙인다. 감나무를 복숭아에 접붙이면 금도(金桃)가 되고 자두나무를 복숭아에 접붙이면 이도(李桃)가 된다.'
이렇게 접붙이기는 전승됐다. '(나무가) 빨리 자라거나 오래 살고' '(열매가) 가장 크게 열리고 맛이 달고 색이 붉다'는 등 증명된 효과 덕이다. 앞선 사람의 경험과 산 지혜의 산물인 까닭에 오늘날까지도 접붙이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접붙이기는 이렇게 검증됐다. 그 효과를 알기에 새누리당 공천을 노리는 출마 희망자들이 이를 원용함직도 하다. 급히 '귀촌'한 출마 희망자들은 짧은 기간에, 씨앗조차도 뿌리지 않고 열매를 거두자니 방법은 접붙이기가 '딱'일 듯하다. '토종' 출마 희망자 역시 인물, 정책보다는 새누리당 깃발 아래 대통령이라는 '대목'에 접붙이기는 더없이 매력적일 것이다.
수확을 위해 '보릿고개에도 먹지 않고 베고 잔 씨앗'으로 파종하고 김을 매야 하는 수고스러움 따위는 싫다는 심보다. 유권자는 아예 안중에도 없다. 이런저런 사연으로 과거 한때 맡았던 자리와 업무를 내세워 마치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지역 일꾼이 되기 위해 내려왔노라는 식이다. 안하무인이 아닐 수 없다. 그들 눈에는 대통령만 보일 뿐이지만 이들만을 탓할 수도 없다. 그동안 대구경북이 자초한 불행이 선거 때마다 여전히 반복하는 것일 뿐이다.
반면 수년 전부터 대구에서 씨앗을 뿌리고 김을 매고 수확을 향해 땀 흘리는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대구 수성갑 출마 후보자 같은 고립무원의 '귀촌자'가 안쓰러울 뿐이다. 소속 정당마저 내홍과 갈등으로 지금 흔들리니 말이다. 대구경북에서 특정 일당의 총선 무혈입성의 결과가 갖고 올 끝은 어떤 모습일까? 다양하지 못한 단색의 고장, 씨앗을 뿌릴 마음조차 없으면서 열매만 따려는 정치 지망생이 들끓는 청맹과니 동네, 떠나는 젊은이의 발길이 멈추지 않는 곳, 공직 사회의 청렴도는 여전히 낮은 지역, 접붙이기로 생명을 구걸하는 기회주의자들의 땅으로 남을 것이다. 대구경북의 현주소가 안타깝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