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구미 제조업체 '불 꺼진 연말'

포항 철강공단 잇단 구조조정, 구미공단 일감 없어 장기 휴가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은 1982년 창사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300명이 넘는 직원을 집으로 보냈다.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ICT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지난해보다 절반가량밖에 수주를 못 해 직원들은 감원 걱정을 하고 있다.

실적 부진'감원 등의 단어를 몰랐던 포스코 계열사마저 '무너지면서' 포항 곳곳에서 곡소리가 터지는 중이다. 하루 1만 명이 방문하던 포항 롯데백화점은 매년 전국 31곳 롯데백화점 가운데 규모 대비 매출 순위에서 상위권을 다퉜지만, 올해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대한민국 수출 1번지 구미공단에서는 성탄절을 전후해 적잖은 기업이 설'추석 연휴보다 긴 '크리스마스 휴가'에 들어간다. 사용자들이 크리스마스를 좋아해서 그렇다면 부러워할 일이지만 일감이 없어 노는 것이다. 25일부터 새해 초까지 최장 10일까지 휴업하는 업체도 상당수에 달할 전망이다.

대기업들도 일감이 없다. 구미공단 내 삼성'LG 계열사 대부분은 25일부터 새해 1월 3일까지 최소한의 인원으로 생산라인을 가동하면서 장기 휴가에 들어갈 계획이다.

1998년 외환위기 때도 수출 라인에 불을 밝히며 힘차게 돌아갔던 대구경북 제조업의 양 날개 포항과 구미에서 심각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내년, 후년은 더 어려울 것이라는 공포가 번지는 가운데 끝이 보이지 않는 '장기 침체 터널'에 진입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포항공단 경우, 동국제강(후판2공장 폐쇄)'현대제철(수출용 철근 라인 폐쇄)'넥스틸'아주베스틸'세아제강 등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직장을 잃은 근로자가 줄을 잇고 있다.

포항공단 내 입주업체들의 지난 9월 말까지 생산액은 10조6천781억원으로 계획대비 79% 수준에 불과하고, 전년에 비해서도 15%가량 감소했다.

삼성'LG조차 휘청거리는 구미공단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장기 휴무에 들어갈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삼성'LG 협력업체 한 대표는 "직원들 월급을 줘야 하는데 열흘 이상 공장 문을 닫고 쉰다는 것은 그만큼 막다른 처지에 몰렸다는 것"이라고 했다.

산업단지 제조업체의 부진은 서비스업 등으로 연쇄적 불황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포항은 물론 구미공단 인근 식당, 술집 업주들은 "대'중소기업 임직원들의 연말 회식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 매일 파리만 날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제조업 불황은 대구경북 전체에 실업 태풍을 불러오는 중이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올해(10월 기준) 실업급여를 받은 대구경북 근로자 수와 지급액은 4만3천500여 명에 1천316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4만 명을 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만3천400여 명, 1천28억원에 비해서도 각각 30%, 28%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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