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올해 지역을 빛낸 인물은?

올 한 해 지역을 빛낸 인물은 누구일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에는 으레 최고의 1년을 보낸 인물을 꼽아보기 마련이다. 여러 인물이 주마등처럼 스쳐가지만, 필자의 좁은 소견으로 볼 때 최경환 의원이 먼저 떠오른다. 최 의원을 꼽은 이유는 경제부총리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했기 때문이 아니다. '친박 좌장' 역할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최 의원은 지역은 물론이고 중앙 정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실제로 그 힘을 행사해온 인물인 탓이다. 일부에서는 그의 영향력과 파워가 박근혜 대통령 다음 정도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만큼 '힘이 센' 권력 실세라는 의미다.

그가 실세임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아무래도 정부'공기관의 인사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자신이 데리고 있던 부하를 승진'영전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듯하다. 기획재정부에서 10월 개각 때 장관 1명과 차관 3명을 배출했고, 21일 개각 때에는 장관 1명을 배출했다. 최근에는 자신이 데리고 있던 인턴 직원을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부정 입사시켰다는 논란마저 나오고 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요즘 서울에서 대구고 출신들이 득세하고 있는 것도 최 의원 덕분이라는 얘기가 많다. 대구고 재경동창회장을 지내면서 동기'후배들을 좋은 자리로 이끌어줬다는 칭송이 동문들 사이에 자자하다. 임환수 국세청장, 박성재 서울고검장,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 이순진 합참의장, 홍완선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 등이 대구고 출신이다. 이들이 양대 사정기관인 국세청, 검찰은 물론이고 감사원, 군(軍), 공기관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과거 대통령의 출신 고교보다 훨씬 낫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최 의원 본인은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고 말하지만, 인사 검증을 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마찰이 있다는 소식까지 흘러나오는 걸 보면 그리 무관한 일은 아닌 것 같다.

힘 있는 동문 한 명이 '대구고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고 하지만, 그리 좋은 일만은 아니다. MB 정권 말기 '영포라인'의 사례에서 보듯, 몇 명만 이익을 챙기고 나중에 한참 커갈 '꿈나무'들이 한꺼번에 유탄을 맞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한 인물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언제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최 의원도 이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최 의원의 인사 개입 논란은 분명히 어두운 면에 속하지만 동문, 부하를 챙기는 인지상정(人之常情)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용인 가능한 부분일 수 있다. 단, 그 자신이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는 전제가 필요하나, 현재로선 그 부분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최 의원이 원내대표'경제부총리를 하는 동안 대구'경북은 예산 배정에 적잖은 혜택을 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구광역권철도망, 대구선 복선전철, 포항~영덕고속도로, 울산'포항 복선전철 등은 최 의원이 직간접적으로 신경을 쓴 사업들이다. 지역구인 경산'청도는 최근 들어 경산지식산업지구 개발, 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 청도 운문령터널 공사 등으로 권력 실세의 덕을 톡톡히 봤다. 다소 무뚝뚝하고 다혈질적인 성격 탓에 지역구에서 그리 인기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경산을 빛낸 인물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이제 그는 경제부총리직에서 벗어나 국회로 돌아간다. 현재 구도대로라면 20대 총선 이후에는 'TK의 좌장'으로서 당대표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구경북의 미래를 견인하려면 '큰 인물'이 필요하다. 최 의원이 경산'청도라는 지역구, 혹은 친박 실세라는 울타리에만 갇혀 있지 말고, 대구경북을 위해 헌신적으로 뛰는 큰 인물이 되길 바란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자신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면과 어두운 면을 훌훌 털어내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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