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물어진 오두막집
조용한 산길을 올랐다. 산 중턱에 번지도 알 수 없는 우두커니 혼자 오두막집만 서 있었다. 가던 길을 멈추어 서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허물어진 돌담 사이로 보이는 마당에 주인도 없는 곳에 거미들이 둥지를 틀고 주인 대신 오두막집의 정취를 대신해 주었다. 산에서 산 새떼들이 내려와 어느 날 왁자지껄 했던 훈기를 돋운다. 누군가가 여기에서 아이도 낳고 세상을 향해 달음박질 할 수 있는 둥지를 만들었겠지. 그 시절로 되돌아가 본다.
봄이면 산나물을 캐러 이 산 저 산을 누비며 말없이 오두막집은 피로함을 달래 주었겠지. 누군가가 이 자리에 오랫동안 허물어지도록 정답게 얼굴을 맞대고, 웃음꽃 피우면서 하루의 일상들은 미래를 설계하면서 즐겁게 노래하였으리라. 뜰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낡은 툇마루에 아이들이 북적이며 뛰어다니던 내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본다. 그때 뛰어놀던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지금쯤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고 지낼까? 옛날 지금 작은 오두막집을 그리워하며 지낼 수 있는 여유로움도 있을까? 이웃사촌도 없는 언덕 위에 어떤 꿈을 꾸면서 살아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록 비좁은 골방이었지만 마음만은 무진장 넓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언덕 위의 땅의 기운을 받아서 아마도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삶을 살았으리라 믿는다. 오두막집에 어울리지 않게 햇살이 너무 따사롭다. 모두가 계절의 풍류의 멋을 즐겼으리라 믿는다. 소박한 삶은 자연을 사랑할 수 있는 힘만은 버릴 수 없었겠지. 무작정 기다려 본다. 지나간 세월 속에서 흥겹게 지내던 가족이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문 열어 놓고 오래 기다리고 싶다. 되돌아오는 발걸음 누군가를 만났다는 기분에 상쾌함이 두 배로 된 기분이다.
장명희(대구 달서구 성서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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