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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시민의 몫과 대구시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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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시민들의 휴일 일상은 느긋하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가족 나들이를 나서거나 외식을 해도 별다른 시간의 재촉을 받지 않는다. 차를 몰고 나서는 순간 전쟁터로 들어서는 서울과 달리 정체가 없기 때문이다. 30여 분이면 도심 어디든 불편함 없이 갈 수 있고 인근 지역도 별다른 정체 없이 다녀올 수가 있다.

이런 휴일 일상에 변화가 생겼다. 대구 동서를 가로지르는 교통축인 달구벌대로에서 주말만 되면 교통 정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개점 이후 생겨난 현상이다. 명절 특수나 세일 기간이 되면 수천여 대의 차량들이 현대백화점이 있는 반월당으로 몰려드니 사람들은 '짜증'을 낸다. 출퇴근 시간대에도 별다른 정체를 겪지 않는 대구 시민들에게 느긋한 휴일, 도심 정체는 정서적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올 상반기 시민들의 짜증과 언론의 수차례 지적에 대구시가 나섰다. 그리고 교통 소통 대책을 내놓았다. 버스와 택시 승강장 이전과 주차장 추가 확보 등이다. 하지만 대책 시행 6개월이 지났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효과는 전혀 없다. 오히려 교통 체증이 더 심해졌다는 목소리도 많다. 현대백화점 뒤편 약전골목 상권이 살아나면서 주말 차량이 더 늘어난 때문이다.

이제 남은 선택은 두 가지다. 백화점 하나 때문에 발생한 휴일 도심 정체를 일상으로 수용하거나 또 다른 대책을 세우는 것 외에는 없다. 전자는 시민의 몫이고 후자는 대구시의 책임이다. 당연히 시민들은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교통전문가들과 중구청은 중앙로 부분 개통을 요구하고 있다. 반월당네거리에서 계산오거리 구간의 정체 해소를 위해서는 대안 도로가 필요하고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으로 차량 진입이 금지된 중앙로 일부를 활용하자는 방안이다. 현대백화점에서 나온 차량들이 약전골목에서 중앙로로 진입해 반월당네거리에서 수성구나 남구 방향으로 나가면 진출입 차량이 한꺼번에 엉켜 혼란을 빚는 현대백화점 앞 달구벌대로 정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도로를 늘릴 수도 없고 백화점을 옮길 수도 없는 상황에서 기존 도로 활용은 대구시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걸림돌이 있다. 지난 2009년 12월, 대구시가 의욕적으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한 중앙로 개방을 정책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쉽게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98억원을 투자해 기존 도로 일부를 뜯어낸 뒤 여기에 보행자 편의를 위한 인도를 만들고 버스만 다닐 수 있도록 한 시도는 전국 최초였다. 타 도시 교통공무원들이 견학을 오고 일부는 벤치마킹을 했다.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대구시 교통정책의 대표 상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또 전임 김범일 시장의 치적으로 연결된다. 몇 년간 공들여 만든 상품을 다시 부분 해체해야 한다는 결정을 선뜻 내리기 쉽지 않다. 대중교통전용지구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 것도 판단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반월당에서 대구역까지 중앙로 1.05㎞ 구간 차로를 4개에서 2개로 축소하고 보도 폭을 3m에서 12m로 확대한 이후 지난 5년간 중앙로의 유동인구가 18% 증가했다. 중앙로를 찾는 시내버스 이용객도 33%가 늘어났고 미세 먼지도 30% 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대표 상품'을 지키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부분도 상당하다. 중앙로는 '보행자 천국'이 됐지만 주변도로는 차와 사람이 얽히는 '보행자 지옥'이 됐다. 주변 교통 정체도 상당하다. 중앙로를 이용하던 차량들이 계산오거리로 오는 탓에 중앙로의 상습 체증은 계산오거리로 옮겨졌다. 주말 중앙로 주변 도로의 교통 체증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대구시는 중앙로 재개통에 대해 고민을 하지만 결정하기가 여전히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민이 원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대구시가 '솔로몬의 판단'을 내리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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