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캠핑]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스노 캠핑

면 텐트에 화목난로는 겨울캠핑에 최적화된 낭만적인 조합이다.
면 텐트에 화목난로는 겨울캠핑에 최적화된 낭만적인 조합이다.
(사진위)쌓인 눈을 본능적으로 즐길 줄 아는 아이들. (사진아래)장갑도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눈은 그 자체로 훌륭한 장난감이다.
(사진위)쌓인 눈을 본능적으로 즐길 줄 아는 아이들. (사진아래)장갑도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눈은 그 자체로 훌륭한 장난감이다.

스노 캠핑이란 말 그대로 눈밭 위에 캠핑 사이트를 꾸리고, 그 와중에도 눈이 내려 텐트 위에 소복이 쌓이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캠핑, 바로 그것이다. 캠핑 동호인들 사이에서 스노 캠핑은 '겨울 캠핑의 백미'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할 수 있을까 말까 한다'는 말이 있다.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따뜻해 눈이 자주 올 것 같지 않은 겨울철 날씨라면 더더욱 스노 캠핑에 대한 기다림이 간절해진다. 조상의 덕을 빌려서라도 바랄 만큼 간절하고 멋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흔치 않으니까 그런 말이 돌게 된 것일 테다.

캠핑 동호인들이 눈을 반기는 것은 최근 몇 년간 눈이 소복이 쌓이는 일이 자주 있지도 않았을뿐더러 캠핑을 즐기기에 무리가 없으면서도 겨울의 운치를 극대화시켜 줄 정도의 적당한 강설을 캠핑 중에 만나기가 어렵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보통 차량을 이용해 외진 곳으로 캠핑을 떠나는 운전자의 입장으로는 상당한 고역을 감수해야 하는 점도 있겠지만, 모든 것은 '적당한' 강설을 전제로 한다. 재해에 이를 정도의 폭설과 한파가 예보되었다면 캠핑을 비롯한 야외활동은 피하는 것이 당연하다. 적당히 내린 눈은 일단 동반 자녀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장난감이다. 여름의 캠핑에서 물놀이로 야외활동의 무료함을 달랬다면, 상대적으로 겨울철 어린아이들이 즐길 것이 부족한 게 동계캠핑의 아쉬운 점이었는데, 눈이 적당히 내린다면 어린이는 물론 웬만한 어른들도 시간 가는 것을 잊을 만큼 많은 놀잇거리가 생겨난다. 특히 도심에서는 눈이 내리더라도 즉각적인 제설작업으로 쌓인 눈을 충분히 즐길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방치'된 쌓인 눈은 어른들에겐 어릴 적의 향수 젖은 장난감처럼, 아이들에겐 생소하지만 본능적으로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천혜의 장난감이 되어준다. 그렇기에 캠퍼들이 말하는 삼대의 덕을 빌려서 바라는 동계 캠핑이란, 눈이 온 설원을 애써 찾아 텐트를 치고 폭설에 고립되어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 아닌 우연히 캠핑하는 와중에 내린 적당한 눈을 만나 충분히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의미일 것이다.

스노 캠핑에 앞서, 일단 동계 캠핑이기에 겨울에 대비한 캠핑의 채비는 필수이다. 내부가 밀폐되지 않는 넉넉한 사이즈의 텐트와 난방기구, 방한 기능이 있는 침구류는 기본이고, 야외 활동을 위한 방한 장구와 차량 특성에 맞는 월동 장구도 갖추는 것이 좋다. 여름철의 폭우와 마찬가지로 혹여나 폭설 시 고립될 우려가 있는 외딴 장소나 위험할 수 있는 곳은 반드시 피해야 하며 오지의 경우 캠핑을 즐기는 와중에도 기본적인 기상 정보를 취하고 외부와의 연락도 유지해 주어야 한다. 고립까지는 아니더라도 눈이 내리면 자칫 모자란 중간 보급을 위해 어딜 다녀오는 것도 난처할 수 있으니 기본적으로 필수적인 난방연료와 기본 식자재는 넉넉하게 준비해 두면 좋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독보다는 몇몇 팀을 꾸려 캠핑을 즐기는 것을, 오지보다는 오히려 가까운 근교의 캠핑장을 이용하는 것을 더 추천한다.

한 가지 더 동계 텐트 선택에 대해 추천을 한다면, '폴리우레탄'이라 하는 일반적인 텐트들은 방수 천이라 추울 때 텐트 내부에서 난방을 하면 텐트 안쪽 벽에 결로(이슬)가 생기고, 그 결로는 추운 외기에 금세 얼어붙어 유리잔 같은 얼음이 된다. 그리고 그 얼음은 겨울바람에 텐트 천이 팔락일 때 떨어지면서 '쨍그랑' 하는 유리 깨지는 소리를 간헐적으로 내는 경우가 있는데, 잠을 방해할 정도로 예민한 소리라 정말 의외로 추위보다 더 동계 캠핑을 꺼리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일전 '월동 준비' 편에서도 다뤘지만 간절기와 동계 캠핑에 최적화된 텐트는 면 텐트다. 방수처리가 약간은 되어 있지만 기본적으로 내외의 통기가 가능한 구조라 결로현상이 적고 생겨난 소량의 결로조차도 면 특유의 우수한 흡습력으로 머금으니 동계 캠핑의 사소하면서도 민감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

지난 연재 동안 일관되게 이야기한 점은 '꼭 캠핑이 아니더라도 밖에서 하면 뭐든 재밌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좀 더 적극적으로 그 즐거움에 참여하고 관망하는 수단 중 하나가 캠핑일 테고, 스노 캠핑을 위해 삼대의 덕을 바라지 않더라도 그런 이야기를 돌게 할 만큼 캠핑의 매력은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충분히 조건에 따르지 않고 즐기는 것에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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