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65세 된 남성입니다. 3년 전에 공직에서 은퇴하고 지금은 친구가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을 도와주고 약간의 보수를 받고 있습니다. 집에서 무료하게 지내는 것보다 시간도 잘 가고 내 나이에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지금껏 결혼생활이며 직장생활이며 최선을 다했고, 지난 시간들에 대한 후회도 있지만 저 나름대로 만족하며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모두 독립해서 아내와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 모두 아직은 건강한 편이고 경제적으로도 큰 문제가 없어, 은퇴 이후에도 생활에 적응하여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고민이 있다면 아내와의 부부생활입니다. 아내는 저보다 다섯 살 아래인데 젊은 시절에도 부부관계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았지만, 갱년기 이후에는 부부관계에 관심이 거의 없고 제가 곁에 가는 것도 싫어합니다. 50대 중반까지는 스킨십도 하고 오순도순 대화도 나누며 지내왔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몸도 마음도 멀어지는 느낌이고, 서로 대화도 많이 하지 않습니다. 은퇴 즈음부터 각방까지 쓰는데 아이들도 모두 출가한 빈집에 아내와 같이 있지만 각방에 부부관계도 하지 않으니 요즘 들어 마음도 허전하고 갑자기 삶이 쓸쓸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남자로서 이제 끝인가라는 허무감마저 느낍니다.
이런 고민을 누구에게 털어놓기도 민망하여 혼자서 고민하다 이렇게 상담을 합니다. 아내와 옛날처럼 스킨십도 하고 부부관계도 하고 싶은데 몸은 젊은 시절 같지가 않아 두려움도 생기고, 아내가 늙어가면서 주책이라고 할까 봐 가까이 가기가 힘이 드네요.
은퇴 후에 큰 문제없이 잘 적응하셔서 경제활동도 하시고 부부 모두 건강하고 자녀들도 무난히 독립시키셨다니 성공적인 노후의 조건들을 두루 갖추신 것 같네요. 그런데 부부간의 성문제로 혼자 고민하고 계시는군요.
나이가 들면 성욕을 느끼거나 성관계를 하는 횟수가 젊은 시절에 비해 줄지만, 질병이 없는 노인이라면 죽는 날까지 성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성생활은 노인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노인들의 사회생활을 왕성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합니다. 성생활에 대한 만족 정도는 자기만족감과 자신감, 자기 유용감 및 심리'정서적 안정감의 정도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성생활에 대한 만족 정도가 높은 남성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자존감이 높고, 여성 노인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현실 만족감이 높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노인은 남성도 여성도 아닌 성과는 무관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편견 때문에 사람들은 보통 노인이 되면 성적 욕구가 감퇴한다고 생각하지만 성적 욕구와 성행위는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내내 지속되는 것으로 연구결과에서도 나타납니다. 따라서 노년의 건강한 성생활을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내담자께서는 은퇴 이후의 생활에 별 문제없이 잘 적응하고 있지만 아내의 성관계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성관계가 뜸해지면서 생기는 부부간의 소원함이 고민인 것으로 사료됩니다.
노년의 아내와의 행복한 부부관계와 성생활을 위해 몇 가지 제안을 드립니다.
첫째, 성관계보다 두 분의 관계가 어떻게 금이 가기 시작했는지를 아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성관계는 쾌락적인 면도 있지만 인간관계의 표현이고 사랑의 표현입니다. 관계가 틀어지거나 분노가 쌓이게 되면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고 상대에게 서운한 마음이나 미운 마음이 생깁니다. 그러면 부부관계도 자연히 금이 가고, 성관계도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성관계 이전에 관계의 회복이 우선입니다. 성을 성관계 또는 부부관계라고 하는 것은 일방적인 행위가 아니라 관계에 기초한 것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이지요.
둘째, 사람마다 성에 대한 욕구나 인식이 다르며 남녀 간의 성에 대한 욕구나 인식도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것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특히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성에 대해서 보수적인 여성들은 아직도 여성은 성적으로 수동적이고 무지한 것이 여성다운 것이라 생각하고 성적인 욕구를 표현하는 것을 꺼리는 사례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노인의 성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들 때문에 더욱 성에 대해 무관심할 수도 있습니다. 성 욕구가 수치스러운 게 아니라 건강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나 프로그램, 부부상담 등이 필요하겠지요.
셋째, 나이 든 부부든 젊은 부부든 부부간의 다른 문제로 인해 성에 대해 무관심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노년의 부부는 몸의 기능이 노화되면서 성적인 기능 또한 노화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젊은 시절 성관계의 패턴은 잊고 부부간의 새로운 성적인 패턴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극적인 대화와 정서적인 교감을 통한 우리 부부만의 성적인 패턴을 찾는 것이 먼저입니다. 또한 부부의 성에 대한 관심도가 일치한다면 큰 문제가 없지만, 성에 대한 관심도가 불일치한다면 젊을 때보다 성생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두고 노력하고 성적 갈등에 대해 솔직하고 적극적인 대화로 성적 불일치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노인들의 성생활은 육체적인 쾌락만을 고집하게 되면 예전 같지 않은 몸의 기능들로 인해 자신감도 떨어지게 됩니다. 성관계의 범위를 넓혀 스킨십도 성적표현으로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성적행동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성에 대한 서로의 애로사항과 행복감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겠지요. 만약 성적인 기능의 노화로 인한 성생활의 어려움이 있다면 부부가 함께 의학적인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합니다.
성의 문제는 인간본능의 차원이자 부부관계의 기본요소가 된다는 것은 노년기 부부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노인이 되어서도 노인 스스로가 사회적으로 성적관심과 욕구충족을 위해 노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부부간에 정이 중요하지 성관계가 뭐 그리 대수냐'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부부간의 성관계는 원만한 부부관계에서는 적은 부분을 구성하지만,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않을 경우 부부관계에서 대부분을 차지할 수도 있습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의 스트레스와 긴장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부부간의 행복한 성관계를 통해 서로 친밀감을 느끼고 성공적이고 행복한 노후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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