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태맹의 시와함께] 경악

# 경악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1898~1936)

죽은 사람이 거리에 쓰러져 있습니다.

가슴에 칼을 맞고.

그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얼마나 가로등은 떨고 있었는지요!

어머니, 작은 가로등이 얼마나 떨고 있었는지요.

밤과 아침 사이에 아무도

차가운 공기를 향해 열려 있는 그의 눈을 들여다볼 수 없었습니다.

어째서 이 죽은 사람은 거리에 쓰러져있습니까,

가슴에 칼을 맞고, 왜

아무도 그를 몰라야 합니까?

(정현종 역)

스페인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로르카 자신도 이 시와 비슷하게 스페인 내전 당시 프랑코 추종자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러나 죽어 거리에 버려진 그 사람이 로르카만은 아닐 것이다. 2000년 전 예수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모두가 '그'를 알고 있지만 아무도 '그'를 알지 못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분노에 혹은 두려움에 사람들은 가로등처럼 떨었고, '그'는 부정되어야 했다.

예수 이후 수많은 예수들이 있어 왔다. 지금 우리 앞에도 죽음을 안고 차가운 거리에 쓰러져 있는 '그'들이 있다. 하지만 철학자 레비나스의 말처럼, 고통받는 '그'의 얼굴은 내가 가진 모든 능력에 대해 '저항'한다. 시가 '그'를 일으켜 세우지 않을지라도, 가로등이 '그'를 밝혀주지 않을지라도, 사람들이 아직은 '그'를 모르는 척할지라도, 우리는 아프고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적어도, 적어도 오늘은 예수 탄생을 준비하는 전날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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