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1시 대구 북구 고성동의 한 술집 골목 앞에 취객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인근 지구대 경찰관 두 명이 출동해 취객을 깨웠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수십 여분이 지난 뒤에야 정신을 차린 취객은 술기운에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순찰차에 태워 집으로 돌려보내려는 경찰에게 폭언을 내뱉고 힘으로 버티며 승차를 거부했다. 몸 씨름 끝에 겨우 순찰차에 태웠지만 집을 모른다며 또 버티는 바람에 길 위에서 한 시간가량을 허비해야 했다.
연말 경찰력이 취객 처리로 쏠리면서 '치안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 중구의 한 경찰 지구대는 밤바다 술집 밀집 지역으로 출동하느라 경찰력의 80~90% 이상을 허비하고 있다. 취객이 쓰러졌다거나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경찰 관계자는 "범죄 사건은 조서를 작성하고 행정절차를 밟으면 처리되지만 술 취한 사람은 특정 범죄자도 아니고 귀가나 인계조치 될 때까지 상대해야 한다"며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극심하다"고 했다. 중구의 다른 지구대 경찰도 "취객 한 명을 처리하는데 길게는 2~3시간씩 걸리기도 한다"며 "요즘 같은 연말, 특히 금, 토요일에는 순찰차 한 대당 2명씩 취객을 싣고 이송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했다.
취객들이 부리는 행패도 가지각색이다.
북구의 한 지구대 경찰은 "이틀 전에는 한 여성이 술에 취해 지구대로 왔는데 추운 데 있다가 따뜻한 곳으로 와서 그런지 들어오자마자 구토를 했다"며 "치워야 하는 것도 경찰 몫"이라고 했다. 북구의 다른 지구대 경찰은 "소지품을 확인해보면 주소나 개인정보가 나오는데 그런 것도 없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할 때면 술이 깰 때까지 데리고 있어야 한다"며 "고성을 지르거나 침을 뱉는 등 밤새 시달리면 혼이 쏙 빠질 지경"이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들은 "해마다 연말이면 취객들이 늘어나지만 우울한 경기 탓인지 올 연말에는 취객으로 인한 신고가 더 늘어난 것 같다"며 "경찰력의 상당 부분을 취객 해결에 낭비하는 셈"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대구에는 주취자 응급의료센터가 문을 열어 지구대 경찰의 부담이 다소 줄었지만 센터 상주 경찰과 의료진도 취객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센터 한 간호사는 "한 사람이 3일 연속으로 오거나 수액을 맞고 체력을 회복한 다음 그날 또 와서 드러눕기도 한다"며 "침대에서 소변을 보는 것은 예삿일이고 드러누운 채로 토하거나 대변을 누기까지 한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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