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어느 곳보다 교육열과 학력이 높은 곳이다. 하지만 그동안 뛰어난 학력을 진학 실적으로 연결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매일신문이 2015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결과를 토대로 한 기사 '입시 변화 못 따라가는 대구 고교 진학 지도'(본지 11월 2일 자 1, 15, 16, 17면 보도)에서 밝힌 것처럼 수시모집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대학 입시의 새로운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이다.
올해 대구시교육청은 고교 현장에서 다양한 수시모집 대비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이번 입시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던 것도 사실. 하지만 2016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실적을 분석해 보면 제대로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구 일반계고 실적, 지난해만도 못해
대구시교육청은 수시모집 대비 태세를 강화했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올해만 해도 일반고 역량 강화 사업을 위해 4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학교 현장에 맞춤형 수업이 확대되고 교육과정도 다양해져 수시모집 경쟁력도 높아졌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대 수시모집 실적을 따져보면 그 같은 주장이 무색할 지경이다. 서울대는 수시모집, 특히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교육과정 등 학교 교육 시스템을 눈여겨보기 때문에 이곳 실적을 보면 해당 학교, 지역이 얼마나 수시모집에 체계적으로 대비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매일신문이 최근 입수한 '2016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 현황'(최초 합격자 기준)을 분석해 보면 대구가 제대로 수시 대비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고 믿기 어렵다. 이 자료는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2016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대구 고교 출신 합격자는 42개 고교, 116명. 작년 합격자 수인 116명(재작년 118명)과 같은 수치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실적이 저조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표1 참조)
하지만 이는 영재학교인 대구과학고가 선전한 덕분이다. 지난해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자 116명 가운데 대구과학고 출신은 27명이었는데 올해는 합격자 116명 중 45명이 이곳 출신이다. 일반계고 출신 합격자 수는 지난해 89명에서 올해 71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수성구 한 고교 교사는 대구 고교가 수시모집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다며 지역 고교에 자녀를 보내지 않겠다고 말하는 교사도 여럿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대 진학 실적이 나빠지고 있는데도 시교육청은 합격자 대부분이 다른 지역 출신인 대구과학고의 실적을 더해 '대구가 선전했다', 각 학교는 '우리는 열심히 하는데 서울대가 몰라주는 것'이라는 변명을 해 댄다"며 "무엇을 잘했느냐보다 어떤 점에 문제가 있는지 겸허하게 반성하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변화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내년, 그 이후에도 결과는 뻔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 고교 실적,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부진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 실적이 좋지 못하다고 하면 흔히 하는 변명 중 하나가 서울대가 수도권에 비해 지방을 홀대한다는 것이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수도권 외 지역 간 비교에서 대구의 실적이 좋지 못하다면 대구가 수시모집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실제 2016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 현황에서 지역별 합격자 수를 살펴보면 대구가 얼마나 부진했는지 드러난다. 겉으로 보기에 대구는 서울, 경기, 부산에 이어 네 번째로 합격자 수가 많다. 하지만 대구과학고 출신 합격자 수를 제외하고 비교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대구과학고를 제외하고 합격자 수를 비교해 봐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대구과학고는 전국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영재학교로 재학생 다수가 다른 지역 출신이라는 점이다. 또 인천과 광주, 대전은 영재학교 출신 수험생이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들 지역의 실적과 비교할 때 당연히 대구과학고 출신은 제외하고 계산하는 것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대구과학고 출신을 제외했을 때 대구의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자 수는 71명. 인천의 실적(114명)과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또 광주, 대전의 실적(각 76명)에도 못 미치는 결과다. 역시 영재학교 출신 수험생이 없는 경남(97명), 충남(75명)보다 실적이 뒤지고 전남(68명)과 엇비슷한 수준이다.(표2 참조) 교육도시 대구라는 명성이 무색한 상황인 것이다.
윤재옥 의원은 "수시모집 대비와 관련해 다른 지역 우수 사례를 돌아보거나 그곳 장학사, 교사 등을 불러 강의를 듣곤 한다는데 학생, 학부모들은 정작 변하는 것은 별로 없다고 불만스러워한다"며 "시교육청은 한 곳에 많은 사람을 모아 진행하는 연수만 늘릴 게 아니라 학교별 특색이 드러나게 현장 지도를 해야 하고, 각 고교는 수시 대비 체제가 제대로 갖춰지도록 우선 학교 구성원들의 이해와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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