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래車 육성 반가운 전자, 우울한 전기

車부품 제조업체 엇갈린 희비…가벼운 차체, 회로 활용 늘 듯

내연기관차에서 자율주행차'친환경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앞두고 있는 부품업체들이 업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쓰임새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전선'전후방 램프'방진 및 방음용 고무 제조업체는 불안감을, 비중이 커질 시트'실내등 등의 제조업체는 기대감을 보였다.

대구 자동차 부품업계에 따르면 대구시가 친환경차'자율주행차 육성 정책을 발표한 이후 업계 판도가 크게 바뀔 전망이다. 파워트레인(엔진 중심의 동력 장치)을 비롯해 차세대 차에서 쓰이지 않거나 쓰임이 줄어드는 부품이 있어서다.

우선 전선과 램프 제조업계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등 친환경차 기술이 발전할 경우 전선의 비중이 줄어들 전망이다. 전기차가 처음 소개될 때만 해도 와이어 하네스(Wire Harness'자동차용 전기배선) 제조업체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엔진 대신 배터리와 모터에서 생산하는 동력을 차체 각 부위로 전달해야 하는 만큼 전선을 중요 부품이라 여겼기 때문. 현재 와이어 하네스는 차량 배터리에서 나오는 전기에너지를 전장품과 스위치'센서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대해 자동차 전문가들은 "전기차의 이상적인 모습은 전기 부품보다 전자 부품의 비중이 더 큰 형태"라며 "전기차 연비를 높이려면 차에 대용량 배터리를 실으면서도 차체를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 무거운 구리전선을 줄이고 전자기판 회로의 활용이 늘어날 것"이라 내다봤다.

램프 제조업체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생산 주도권을 빼앗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차가 내외부 상황에 따라 등을 켜고 끄거나 밝기를 조절해야 해 디지털 제어기술이 필수다. 그런 만큼 ICT 제어 기술을 갖춘 IT업계에 생산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다.

먼 미래에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의 사람'장애물을 스스로 피하는 수준으로 발전한다면 전조등'후미등의 쓰임 역시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경북에 있는 한 램프 제조사 관계자는 "램프 제조사가 전자제어 프로그래밍을 위한 연구개발에 막대한 돈을 들이기는 불가능하다. 일본, 미국 등의 선진 램프업체들이 차세대 램프의 역할을 두고 머리를 맞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엔진의 진동과 소음을 막아 주던 차량용 고무 제조업체 등이 역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태다.

자동차부품연구원에 따르면 대구경북 1천645개 자동차 부품업체 가운데 이처럼 지각변동이 우려되는 파워트레인, 의장모듈, 고무 등 기타부품 업체는 전체의 77.4%인 1천274곳에 달한다.

반대로 전장'카시트'실내등 제조업체는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차량 실내공간이 제2의 업무'여가 공간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봉현 자동차부품연구원 대구경북본부장은 "통신인프라, 전기전자, 소재 분야가 자동차 산업과 융합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생긴다. 비록 20, 30년 후의 상황이라고 해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새로운 산업 생태계에서 통용될 신제품을 생산할 채비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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