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의 무게중심은 수능시험 위주의 정시모집에서 수시모집, 그중에서도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에 따라 학생부, 자기소개서, 학교 프로파일 등 전형 과정에서 살피는 서류의 중요성도 커지는 추세다. 문제는 학생 개개인의 힘만으로는 이 부분을 모두 챙기기 힘들다는 점. 학교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각 고교는 학생들이 진로를 찾고 그에 맞춰 학습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그 활동 내용을 학생부에 차곡차곡 기록해줘야 한다. 수능시험만 바라볼 때보다 일이 많아졌지만 이 부분을 외면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맞춤형 진로'진학 지도 등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대구 정화여자고등학교와 영주대영고등학교의 사례를 살펴봤다.
◆진로집중형 교육 강화, 대구 정화여고의 수시 대비책
대구 수성구는 학력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곳이어서 이 지역 고교들의 수능시험 성적 또한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하지만 이에 안주하면서 아직 수시모집 대비 체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고교도 여럿이다. 이 때문에 수능시험 성적이 지역 최상위권을 달리면서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적극적인 정화여고(교장 이민형)가 더 돋보이는 것이다.
정화여고 교육 프로그램의 특징은 진로집중형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 아직 EBS 교재 문제 풀이 등 수능시험에 대비한 수업이 주를 이루는 곳이 적지 않은 게 고교 교육의 현실이다. 하지만 정화여고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만 해도 ▷인문계열(고전시가 정복을 위한 이해, 사고력 향상을 위한 영어 독해 등) ▷사회계열(가깝고도 먼 나라, 정치로의 첫걸음 등) ▷자연계열(생활 속의 수학탐구, 문제 해결력 향상 강좌 등) ▷공학계열(화학공학, 컴퓨터공학 등) ▷의학계열(약학, 수의학) ▷예체능 계열로 나눠 진행한다.
토요일 운영되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더 다양하다. 힐링&요가, 교육고전 루소와 에밀, 재미있는 심리학, 우리말 문법 탐방, 단편 영화 제작, 싱어 송(Sing a Song) 등 각 분야에 걸쳐 수업이 진행된다. 재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높기 때문에 심화영어, 고급수학, 고급화학, 국제경제 등 심화과목 수업도 운영해 학습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정화여고 측은 "특기 적성 교육으로 학생들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자신감과 성취감을 심어주는 한편 진로에 맞춘 진학 지도를 하기 위한 시도"라고 했다.
진로집중형 프로젝트 학습 동아리활동도 눈에 띄는 교육 활동이다. 1, 2학년 모두 진로에 맞춰 '대구의 문화 및 예술' '인구 고령화' '모바일 기술이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 등 다양한 주제로 1, 2학기 동안 동아리를 만들어 연구 활동을 한 뒤 연말 프로젝트 학습 결과 보고서 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수상작은 따로 모아 '프로젝트 학습 논총'을 펴낸다.
이 같은 노력은 대학 입시에서 좋은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6학년도 수시모집 결과 서울대 4명을 비롯해 서울 상위권 대학에 40여 명, 의'치'한의예과에 7명 등이 합격했다.
정화여고 이인우 교감은 "수시모집에서 좋은 성과를 얻는 것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더해 교사들이 팀을 나눠 수도권과 지역 상위권 대학의 입시 요강을 분석, 공유하고 학생들과 상담할 때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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