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와 문화의 공존 포항 히스토리텔링] <10·끝> '제2의 새마을' 도전

철강도시서 로봇·해양관광도시 변신 '미래 먹거리' 찾는다

영일대해수욕장의 해상누각
영일대해수욕장의 해상누각 '영일대' 야경이 포항의 관광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포항시 제공
1973년 6월 9일 오전 7시 30분에 첫 쇳물이 나오자 전 임직원이 감격의 만세를 부르고 있다. 포스코 제공
1973년 6월 9일 오전 7시 30분에 첫 쇳물이 나오자 전 임직원이 감격의 만세를 부르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항은 포스코를 기반으로 철강산업을 통해 지역 발전을 견인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철보국이라는 사명 아래 영일만의 기적을 일궈낸 포스코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으며, 포항도 이를 토대로 인구 53만 도시로 성장했다.

하지만 세계 경기 침체로 철강산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아 포항의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포스코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국제시장'에는 가난을 떨쳐 버리기 위해 독일 광부로 떠나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진다. 가난했던 1960, 70년대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당시 포항제철소 건설도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막상 제철소 건설을 시작하려고 보니 자금이 없었다. 해외 차관도 거부당했다. 궁리 끝에 한일국교 정상화 대가로 일본으로부터 받은 돈을 끌어다 썼다.

비록 자본, 기술, 경험도 없는 무(無)의 상태였지만 1968년 4월 1일 회사 창립식을 갖고 일관제철소 건설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1970년 본격적으로 제철소 건설이 시작되자 현장의 모든 직원은 실패하면 '우향우'하여 영일만에 빠져 죽겠다는 마음으로 밤낮없이 건설에 매달렸다. 그 유명한 '우향우 정신'이란 용어가 생겨난 것도 이즈음이다.

1971년 여름을 지나면서 열연공장 기초공사가 3개월이나 늦어지자 당시 박태준 사장은 공기 만회를 위한 비상 기간 설정을 지시했다. '열연비상'이었다. 24시간 '돌관공사'를 이어간 끝에 불과 2개월 만에 5개월분의 콘크리트를 타설함으로써 지연된 공기를 100% 만회했다.

첫 출선은 고로 화입 후 21시간 만인 1973년 6월 9일 오전 7시 30분에 이뤄졌다. 전 임직원이 감격의 만세를 불렀다. 1973년 7월에는 1기 설비 준공을 기념해 서울 광화문네거리에 '경축 포항종합제철 준공'이라고 쓴 기념 아치가 세워져 국가 숙원사업의 역사적 준공을 축하하는 국민들의 감격을 대변했다.

1970년 4월 1일 영일만에서 건설의 첫 삽을 뜬 지 3년 만에 조강 연산 103만t 체제의 1기 설비를 준공하고 네 번의 확장 사업 끝에 1983년 5월 25일 조강 연산 910만t 체제의 종합제철을 건설하는 데 성공했다. 국제기구의 전문가들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성공이었다. 이로써 포항제철은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견인하는 원동력이 됐다.

이어 조강 연산 270만t 규모의 광양제철소 1기 설비가 1987년 5월 준공됐다. 광양 1기 설비 준공으로 국내의 철강 자급도가 85%로 향상됐으며, 광양 2기부터 설비의 국산화 폭이 50% 이상으로 확대됐다. 국내 자동차산업과 전자산업의 급속한 성장에 따라 고급 강판 수요를 조기 충족하고자 1989년 광양제철소에 1냉연공장을 준공했으며, 뒤이어 1991년 2냉연공장을 준공함에 따라 우리나라 냉연 자급도도 94.1%로 향상됐다.

건설 4반세기의 대미를 장식하는 4기 설비 준공으로 조강 연산 1천140만t 체제의 광양제철소와 940만t 체제의 포항제철소를 합쳐 모두 2천80만t의 조강 생산 능력을 보유했다. 지금은 그보다 훨씬 늘어나 2015년 말 조강 생산량이 3천790만t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세계 5위에 해당한다.

"각하! 불초 박태준, 각하의 명을 받은 지 25년 만에 포항제철 건설의 대역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삼가 각하의 영전에 보고를 드립니다."

4반세기 대역사를 완성한 다음 날인 1992년 10월 3일 박태준 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25년에 걸친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음을 보고했다.

"나는 임자를 잘 알아.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어떤 고통을 당해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자기 한 몸 희생할 수 있는 인물만이 이 일을 할 수 있어. 아무 소리 말고 맡아!"

박정희 대통령이 1967년 9월 어느 날 영국 출장 도중 부름을 받고 달려온 박태준에게 특명을 내리면서 했던 말이다.

이처럼 뜨거운 열정과 사명감은 자신감으로 승화됐고, 불가능을 가능의 역사로 만들면서 영일만의 신화는 창조됐다.

앞으로의 포스코는 철강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한다. 이를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인 월드프리미엄(WP)을 확대하는 반면 수익성이 낮거나 철강과 동떨어진 계열사는 합병'매각하는 방식으로 정리해 경쟁력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포스코의 월드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율은 33.3%에 달했다. 이 비중은 올해 3분기까지 39.6%로 확대됐다.

포스코는 2017년까지 월드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50%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표 제품이 '자동차 강판'이다. 포스코는 최근 자동차 강판보다 강도는 3~4배 높고 무게는 30% 가벼운 TWIP(Twinning Induce Plasticity)강 개발에 성공했다. 또 전기차 상용화에 대응해 전기효율이 높은 전기강판을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포스코는 내년에도 구조조정에 속도를 낸다. 이르면 내년 말, 늦어도 2017년 초까지 총 89개 계열사를 정리할 방침이다.

철강업계는 올해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공급과잉으로 최악의 시기를 겪었다. 국내에 중국산 철강 자재가 대량 유입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고, 일본마저 엔저를 앞세워 철강재 가격을 끌어내렸다. 타개책 마련에 고심하던 포스코는 올 하반기 들어섬과 동시에 '포스코 2.0'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수요 부진 탓에 해외 상공정(고로를 포함한 일관제철소)에 대한 신규 투자는 지양하고 고부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자동차 강판 공장 등 해외 하공정 중심의 투자를 확대해 나간다는 것이다.

◆로봇도시로 미래를 여는 포항

포항시가 미래 성장산업의 하나인 로봇산업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산 철강 등으로 철강산업이 큰 도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포항시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도약을 준비한다.

새마을운동으로 근대화를 꽃피운 포항이 철강을 거쳐 로봇으로 제2의 새마을 부흥을 꿈꾸고 있다.

로봇산업은 국가 신성장 동력이자 급성장하는 산업으로 포항에 로봇기업의 유치 및 육성, R&D에서 사업화까지 종합적인 로봇산업 육성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용역 과제가 추진된다.

포항시가 이처럼 로봇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지목한 것은 그동안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 포스텍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 로봇 관련 원천 및 상용화 기술 개발 축적 때문이다.

또 2007년 '로봇시티 포항 선포' 이후 정부 연구개발사업 43건, 산업체 과제 20건 등 수행을 통해 로봇 관련 핵심 특허 133건(국내 105, 해외 28) 축적이 이뤄졌다. 로봇융합사업 성공의 밑거름이 마련된 것.

이와 더불어 최근 포항 영일만 3일반산업단지 부지에 '수중건설로봇 복합 실증센터'가 착공됐다.

'수중건설로봇 복합 실증센터'는 해양수산부에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총사업비 813억원으로 추진 중인 '해양개발용 수중건설로봇 개발' 사업의 일환. 연구개발사업을 통해 개발된 3종의 수중건설로봇 성능실험을 위한 수조와 연구지원시설을 경상북도, 포항시가 170억원을 투자해 구축했다.

그리고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이 개발한 '정수장 청소로봇'이 지난 18일 포항 유강정수장에서 정수장 바닥청소 성능 실증 실험을 성공리에 마쳐 제품 상용화 및 해외수출 기대를 높이게 됐다.

포항시는 그동안 R&D 중심의 포항 로봇산업 육성 전략에서 비즈니스 중심의 포항 로봇산업 육성 전략으로 전환, 로봇융합기업 유치 및 육성 등의 중장기 정책 방향을 수립하기로 했다.

포항시는 국내외 정책 동향 및 제도 분석, 산업시장 및 기술 동향 분석, 로봇산업 육성 비전과 로봇융합산업 육성 전략 제시 등을 담은 연구용역을 진행, 포항이 대표 로봇도시 이니셔티브 선점 및 글로벌 로봇도시로의 교두보와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한다.

또 로봇융합 비즈니스 기반의 포항시 발전 기초사업 발굴 등으로 미래 먹거리 제시, 국책사업 유치에 전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해양관광산업으로 부가가치 높이는 포항

소득 수준의 증가로 해양관광에 대한 관심은 크게 높아졌으며 주5일제 근무의 정착으로 어촌과 어항을 중심으로 해양관광이 내륙관광보다 그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포항을 찾는 관광객 수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올해 포항을 찾은 관광객은 1천800여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천600만 명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포항은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한 지역이다. 죽도시장의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으며, 드넓은 바다를 함께 품을 수 있다. 해양관광이 가능한 곳이라는 방증이다.

이에 따라 포항시 북구 두호동 연안에 마리나항만이 조성된다. 2018년까지 두호동 일대에 해상 3만1천497㎡와 육상 18만8천503㎡ 등 22만㎡의 부지와 해역에 200척(육상 및 해상 각 100척)의 요트를 계류시킬 수 있는 계류시설 및 부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마리나항이 구축되면 요트 등 레저 선박 계류장, 식당, 숙박시설 등 다양한 관광'레저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이와 함께 영일만항 국제여객부두 건설도 확정됨에 따라 국제 크루즈선과 페리선 유치가 가능해져 극동 러시아, 중국 동북3성, 일본 등의 관광객을 흡수할 수 있게 돼 포항 관광산업이 한층 활기를 띠게 될 전망이다.

또 중국 구천그룹이 환호공원 호텔부지에 5성급 특급호텔을 건립하겠다는 투자 의향도 밝혔다.

구천그룹은 16층 규모에 350여 개 객실, 400석 규모의 컨벤션 홀 및 다수의 연회장을 갖춘 호텔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했다.

청정 동해 바다와 수려한 해안선을 중심으로 영일대해수욕장과 환호공원, 포항시립미술관, 포스코 야경 등과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새로운 관광문화 콘텐츠가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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