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 경상북도지사는 지난 21일 '2015년 성과와 2016년 도정 방향'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도정의 첫 번째 목표를 '좋은 일자리 만들기'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경북도는 이를 위해 청년 일자리 확대, 사회적 일자리 확충, 지속가능한 일자리 협력 틀 강화 등 좋은 일자리 창출에 모든 도정을 쏟을 방침이다. 특히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의 사회적 일자리 확충에 전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면서 수익 활동도 함께 수행하는 기업 및 조직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지역민 채용을 우선할 수 있는데다 기업 이윤만이 아닌 사회적 목적을 함께 추구할 수 있다.
도는 이러한 사회적기업 확산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경상북도 스타 사회적기업'을 선정했다. 지난달 도내 188개(인증 86개, 예비 102개)의 사회적기업을 대상으로 서류 및 현장심사를 통해 3곳의 스타 기업을 뽑은 것.
경북도 정병윤 경제부지사는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 고용 비율이 60%가 넘고, 특히 청년층에 대한 고용 비율이 2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며 "경북도는 내년에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착한 비즈니스'인 사회적기업 확충에 전력을 쏟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는 30일 구미 금오산호텔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앞서 3곳의 경북 대표 스타 사회적기업을 소개한다.
◆지역 청년에게 일자리 제공
지난 2011년 안동에서 대학을 졸업한 박모(34) 씨는 대구경북에서 마땅한 일자리 찾기가 여의치 않자 무작정 서울로 갔다. 쉽지는 않았다. 판매업, 편의점 아르바이트, 배달업종, 공사판 등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했다.
결국 지친 몸을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랬던 박 씨가 2013년 안동의 사회적기업인 ㈜나우와 인연을 맺으면서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은 지역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정보통신기기 설치 및 사무용품 취급 회사다. 설립 취지에 맞게 ㈜나우에는 현재 안동 출신 청년 16명이 일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가정'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사장과 근로자가 아니라 한가족이라는 의미다. 김봉덕(43) 대표는 "일 특성상 야외 작업이 많고, 특히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하는 작업이 많아 악천후에는 직원들 안전부터 걱정된다"면서 "또 하나는 밥걱정이다. 외근을 나가면 끼니를 거를 경우가 많아 직원들에게 꼭 따뜻한 밥을 함께 먹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점심시간이 되면 이 회사 식당에는 온 직원이 둘러앉아 김 대표의 아내가 직접 만든 밥을 함께 먹는다.
이 회사의 가족적인 분위기 때문일까, 매출은 해마다 늘고 있다. 경기 불황, 투자 심리 위축에 따라 영세업체가 하루가 멀다고 쓰러지는 상황에서도 이 회사는 지난해 16억6천900만원, 올해는 25억원의 매출 성적표를 올렸다. 내년에는 40억원의 매출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역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술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다. 그는 "인지도에서 불리한 지역 업체들은 서비스 우수성, 사후관리 시스템 구축, 기일 단축이나 고객관리 등에서 인재육성 계획을 짜고 있다"면서 "대기업의 생산과 서비스가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역 인재 육성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생산품에 희망을 달다
"장애인 생산품을 써보셨나요. 만드는 사람은 장애인이지만, 제품에는 장애가 없습니다."
상주 사벌면 중증장애인생산품 제조업체인 '희망세상보호작업장' 허만종(39) 대표는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통해 지난해 19억6천800만원이라는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두 배에 달하는 35억원이 넘는 최대 매출 실적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곳은 자동차부품임가공업과 행정봉투 판매, 목제가구 판매 등 세 가지 수익 모델을 통해 이윤을 내고 있다. 특히 올해는 붙박이 가구 수주 실적이 월등히 높아지면서 매출 곡선이 급상승했다. 공공기관과 관공서 등에 주문 가구를 납품하면서 기업 신뢰도가 올라갔고, 현장 감독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허 대표는 "일반 기업보다 더 신경 써서 제품 관리를 하고 있다. 만약 제품에 이상이 있으면 평범한 하자라고 해도 장애인 제품이라서 그렇다는 선입견이 작용할 수 있어 더욱 제품 관리에 철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이 회사는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모토다. 그래서 회사 수익금 대부분은 시설 재투자와 직원 인건비로 다시 투자된다.
또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좋은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이 회사가 존재하는 이유다. 이곳 전체 근로자 28명의 70%인 20명이 장애인이다. 장애인들이 많다 보니 허 대표는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결국 능력에 따른 업무 세분화와 집중화 방식이 탄생했다.
이런 노력 덕에 희망세상보호작업장은 자체 가구 브랜드인 '에스페티처'(espeniture)를 개발했다. 희망(esperance)과 가구(furniture)의 합성어다. 고유 브랜드 개발로 회사는 매출 증가와 근로자 임금인상, 고용증대를 해냈다. 허 대표는 "처음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2011년 17명에서 지금은 28명으로 직원 수가 늘었다. 매출액도 2011년 3억여원에서 올해는 35억1천만원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노인을 위한 참한 일자리
정년을 훌쩍 넘긴 노인들, 가정에서 소외당한 주부들에게 구미 제1호 사회적기업인 ㈜참살이는 좋은 구원처다. 이곳은 노인들에게는 재활용사업 일자리를, 주부들에게는 간병인이라는 직업을, 일탈의 위험에 놓였던 아이들에게는 봉사의 참된 기쁨과 가치를 느낄 기회를 준 것.
우선 이곳은 노인들이 직접 파지와 고철, 빈병과 플라스틱을 거둬와 일일이 분류하는 재활용사업을 펼치고 있다. 재활용사업은 노인들이 쉽게 할 수 있고, 노인들이 많이 참여해 거리 환경을 가꾸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회사의 얘기다. 또 재활용사업은 단순 수집만이 아니라 분류하고 가공해 수익을 창출하고, 파지를 수집하는 어르신 간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서비스로 연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주부들이 펼치는 공동간병사업은 전국 최초로 일일 3교대 근무 형태의 공동간병제를 도입해 환자의 간병비 부담을 절반으로 줄였다. 충분한 휴식 후 근무를 하면서 질 높은 서비스로도 이어지고 있다.
㈜참살이 최근애 본부장은 "간병인들이 3교대 근무로 가사를 돌보며 간병 활동을 할 수 있고, 질 높은 간병 서비스를 받은 환자나 보호자의 만족도가 높다"면서 "간병인의 시간적'체력적 여유를 주면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이 기업은 사랑고리 연대사업이라는 독특한 활동도 하고 있다. 세대간 호혜적 돌봄망을 구축해 서로 돌봄으로써 자신의 '쓸모'와 삶의 가치를 찾는 구미의 독특한 봉사교환 제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이곳 대표 조나단 신부는 "재활용사업과 공동간병사업 모두 노인들이 주고객이다. 우리는 노인이 노인을 보살피는 호혜적 돌봄망을 지향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봉사정신으로 ㈜참살이는 출범 첫해인 2009년 취약계층 고용 11명, 매출 3억5천만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전체 근로자 25명 중 취약계층이 20명 포함됐고, 매출액도 8억4천만원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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