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른 아침에] 2016년, 남북관계 개선의 마지막 기회

1967년 전라남도 담양 출생. 동국대 학사·석사·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 북한통일분과위원회 위원장. 북한연구학회 대외협력위원회 이사.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
1967년 전라남도 담양 출생. 동국대 학사·석사·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 북한통일분과위원회 위원장. 북한연구학회 대외협력위원회 이사.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

박근혜정부 '통일 대박론' 큰 틀서 접근

7차 당 대회 앞둔 北 전향 자세 나오게

남측이 흐름 만드는 마중물 역할 필요

정상회담 통해 새로운 방향도 제시해야

현재 남북관계를 오래되었으나 싫증 난 연인관계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연애는 하지만 막상 내 것을 주기는 싫은 모습이다. 비용을 지불하고 싶진 않지만, 적어도 상대에게 비난받을 수는 없으니 적당히 관계는 유지하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북한에 금강산관광 재개라는 카드를 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집토끼를 먼저 챙겨야 하고, 다만 당국회담이라는 틀 자체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하다는 박근혜정부의 출범 초 인식도 여전하다. 김정은 체제 역시 금강산 카드를 받지 못하면 더 이상 남측에 줄 것이 없다는 완고한 입장이다. 2016년 5월 초 제7차 노동당대회를 앞두고 남북관계의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데, 관광재개 등이 없으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남북관계는 자신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기에 당국회담을 제안하는 등의 모습은 보여주고 있다.

2015년 내내 남북 모두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샅바 싸움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과정에서 비교적 부담이 없는 사회문화 교류 등은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현재 남북관계 개선의 핵심인 이산가족상봉 정례화와 금강산관광 재개 부문에선 양측이 팽팽히 맞서며, 상대의 변화만을 먼저 요구하고 있다.

또 하나 문제는 외부 환경이다. 미국 대선이 2016년 11월에 있다. 현재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북핵 문제, 한반도 문제 등에서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쿠바와의 국교 수립, 이란 핵 문제 등에서는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 미국 대선 때까지 오바마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가 대선에서 이슈가 되는 것에 부담을 느낄 것이다. 현상 유지, 이른바 '전략적 인내'에 머무를 것이다. 북한이 자초한 측면도 있지만, 중국 역시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안 보인다. '모란봉 극단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북'중 간에는 꽤 폭넓은 난기류가 형성돼 있다.

박근혜정부가 집권 후 발표한 일련의 '통일대박론' '드레스덴 선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은 결국 기존 남북관계 차원의 작은 접근보다는 보다 큰 틀의 접근 속에서 한반도 경제의 질적 도약 등을 고려해 추진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최소한 현재까지는 구체적 실천이 미흡했다. 이제는 단기적 현안들에 더 이상 얽매이지 말고 큰 틀의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2016년 상반기 정도가 대북정책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는 박근혜정부의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조금 남은 '골든타임'인 셈이다. 박근혜정부가 남북관계 개선, 발전에 대한 의지가 분명하다면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해 일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금강산관광 재개는 이산가족상봉 정례화를 전제로 2016년 초 정도엔 이뤄져야 한다.

2016년 남북관계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북한의 7차 당대회다. 여기서 남북관계에 대한 북한 나름의 비전을 제시할 것이다. 과거 1980년 6차 당대회에서 북한은 자신들의 통일 방안인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때문에 당대회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북한의 전향적인 행동이나 자세가 나올 수 있도록 남측이 '마중물'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남북관계의 흐름 자체를 미리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남북 정상회담이다. 2016년 상반기, 총선 직후가 됐건 7차 당대회 전후가 됐건 정상회담을 통해 현재 상황을 총정리하면서 새로운 방향 제시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현 정부 임기 내 남북관계는 진전 없이 종결될 수밖에 없다. 통일 대박으로 출발은 화려했으나, 이 정부의 남북관계 성과는 이산가족 상봉을 두 차례 성사시킨 것으로 끝날 것이다. 남북관계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2016년, 병신년 새해를 기원하는 세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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