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16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합격자가 발표되자 각 고교에서는 환호와 탄식이 엇갈렸다. 모집 인원이 정해진 입시에서 합격과 불합격이 갈리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해가 갈수록 결과에 대해 분석이 복잡해진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도 같은 학교에서 내신 등급이 좋은 학생은 떨어졌는데 나쁜 학생은 합격한 사례, 학교는 다르지만 내신 등급이 비슷한 학생의 당락이 엇갈린 사례가 속출했다.
수시 학생부 종합전형이 단순히 수치로 나타난 내신 성적뿐만 아니라 학생이 속한 학교 교육과정이나 주위 환경, 학생의 학교생활 특징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데서 나온 결과다. 이른바 정량(定量) 평가 외에 정성(定性) 평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에 맞춰 고교들은 지역과 학교의 특성에 맞고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을 키워줄 수 있는 맞춤형 교육과정을 수립, 운영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교육의 패러다임이 점수에 맞춘 줄 세우기가 아니라 꿈과 끼에 따라 다양한 인재를 기르는 방식으로 전환된 데 따른 변화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이 해마다 진행하는 학교 평가는 여전히 정량평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 변화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많다. 필자도 매년 다른 시'도교육청의 학교 평가에 참여하고 있는데 교육과정, 교수학습, 교육경영, 교육성과, 만족도 등을 100% 정량평가로 처리한다. 평가 후 지표별로 기준에 못 미친 부분은 사후 컨설팅을 하지만 이 역시 양적으로 어떻게 지표에 도달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많은 토론과 고심 속에서 만들어진 지표는 충분히 합리성이 있고, 그에 맞추는 일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학교, 지역, 학생의 특색은 외면한 채 지표 도달 여부에만 목을 매는 현실이 학교 평가 자체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필자가 평가나 사후 컨설팅에 참여한 학교 중에서는 지표상으로는 아주 우수하지만 학교 구성원의 만족도나 학생들의 진학 실적이 좋지 않은 학교가 적지 않았다. 외부는 물론 학교 구성원들조차 좋은 학교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교육청으로부터 우수한 학교로 평가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반대로 지표상으로는 좋지 않지만 학교 구성원들의 만족도도 높고 진학 실적도 좋은 학교도 있었다. 이런 학교들은 학교 평가의 취지가 무색하게도 학생, 학부모의 선호도가 높아 진학 경쟁률이 높게 나타난다. 내신 등급은 상대적으로 좋지 않지만 대학이 우수한 학생이라고 판단해 수시모집에 합격하는 학생들의 경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이러한 지표 도달식 정량적 학교 평가가 학교 교육과정 운영이나 교수학습에 영향을 미쳐 정성적 평가 비중이 점차 커지는 대학입시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교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정작 학생들의 진학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학교가 운영된다면 이처럼 불행한 일은 없다. 똑같이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는데 어떤 학교의 학생은 대학에서 우수하게 평가받고 다른 학교 학생은 부족하게 평가받는다면 학생들은 도대체 어디에다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할 수 있을까.
이는 비단 고교의 문제만은 아니다. 초'중학교에서도 학생들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교육과정과 학교 경영 틀 안에서 성장할 수밖에 없다. 학교가 지표 평가에만 몰두해 학교 구성원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학생들은 어떻게 자신의 끼를 찾고 꿈을 키워갈 수 있을까. 학부모들이 학교를 믿고 자녀를 맡길 수 있을까.
서울대학교가 요구하는 학교소개서의 항목을 보면 각 학교의 특색을 알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학교의 현황과 학교 및 지역 환경, 교육과정 운영 현황 등을 학교가 알아서 기재하게 하고 있다. 교과별 교육과정의 특징을 알기 위해서 수업의 내용과 방법, 평가 방법을 요구하고 있으며 방과후학교 편성 운영의 특징이나 특성화 프로그램, 해당 학교의 특색사업 등을 통해서 학교를 재해석하고 싶은 것이다.
대학이 요구하는 방식에 맞게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올바른가를 따지기 전에 사회에서 학교 교육에 바라는 것이 일률적인 줄 세우기식 교육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현 정부가 만들고 싶어 하는 인재상이 자신의 꿈과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학생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학교 역시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학교 평가는 사람으로 보면 일종의 건강검진으로 봐야 한다. 검사와 진단을 통해 문제가 있는 부분을 찾아내고 이를 치료해 건강을 유지하는 일이다. 학교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하는 과정은 학생들의 미래와 교사, 학부모의 만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지, 단순히 등수를 매겨 상과 벌을 주는 데 있지 않다.
지역 교육의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한 학교 평가를 위해서는 평가 지표 개선과 함께 서면평가, 설문조사, 관계자 면담 등 초'중등교육법이 제시하는 다양한 방법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교를 잘 이해하고 맞춤식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한편 외부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학교 평가가 대학, 사회의 평가와 맞물려 학교 경쟁력을 높이는 유용한 과정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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