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손바닥만한 게 3만∼4만원…다이어트 필요한 다이어리 가격

교보 가죽 제품 33만원이나 한정파 이벤트로 구매욕 자극

메모
메모'일정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다이어리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판매 채널들이 비싼 다이어리의 구매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인 이언주(25'대구 동구) 씨는 매년 12월이면 내년도 일정을 관리하기 위해 종이 다이어리(일정수첩)를 구입한다. 이 씨는 교보문고 핫트랙스나 아트박스, 텐바이텐 등 팬시 전문점 매장과 홈페이지는 물론 유명 커피전문점에서 조건부로 증정'판매하는 다이어리까지 모두 비교해 보며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찾아 구매한다. 다만 손바닥만 한 다이어리가 2만원씩이나 해서 매번 구매를 망설이게 된다.

이 씨는 "가죽 커버로 된 제품도 싼 것은 2만원 선인데 그렇지 않은 다이어리까지 왜 이렇게나 비싼지 모르겠다. 가격 거품이 지나친 것 같다"고 푸념했다.

스마트폰이 일정 관리와 가계부 등 대부분의 일을 대체하고 있지만 종이 다이어리의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팬시점과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하는 다이어리의 가격이 2만~3만원 선으로 높고, 한정판 이벤트 등으로 소비자의 구매욕만 자극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다이어리 시장은 손글씨라는 아날로그 감성이 유행하고,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양서적 등이 인기를 끈 이후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다이어리 판매량은 전달에 비해 221% 증가했다. 교보 핫트랙스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제품 가운데는 가격이 33만원에 달하는 가죽 다이어리 세트(카드'동전지갑 기능 포함)도 있었다. 또 대부분의 다이어리가 3만~4만원대였다. 아트박스에도 최대 11만3천원까지의 다이어리가 있었다. 커피전문점이 매년 연말 출시하는 다이어리는 직접 구매 시 9천~2만9천원 선으로 저가 및 고가 제품 간 가격 차이가 큰 편이다.

커피 전문점은 매년 11월 중순부터 10~20잔의 음료를 주문하고 쿠폰(스티커)을 모으면 다이어리를 무료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하는데, 음료를 마시지 않고 즉시 구매할 경우 올해 기준 스타벅스와 할리스 커피는 2만7천원, 투썸플레이스는 세트 2만9천원(음료 2잔 포함)'단품 2만6천원, 이디야 커피는 1만9천원, 엔제리너스는 9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음료를 구입해 다이어리를 증정받을 때 구입 요건이 가장 낮은 곳은 할리스였다. 할리스는 지난달 초 출시한 겨울 음료 2잔을 포함해 모두 7개 메뉴를 구매한 고객에게 다이어리를 준다. 다른 브랜드와 달리 케이크도 구매 실적에 포함해 선택 폭이 가장 넓다. 최소 구매 요건은 아메리카노(4천100원) 5잔과 겨울 음료 민트초코(5천300원) 2잔인 3만1천100원으로 나타났다. 다이어리를 직접 구입할 때보다 4천100원 비싼 가격이다.

투썸플레이스는 다이어리를 교환하는 최저 가격이 직접 구매가보다 3만7천300원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이곳에서는 겨울 음료 2잔을 포함, 모두 15잔의 음료를 구입해야 하는데 아메리카노(4천100원) 13잔과 최저가 겨울 음료(5천원) 2잔을 사면 6만3천300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많다 보니 편의점과 치킨 전문점 등도 광고 모델인 인기 연예인을 내세워 다이어리 사은품을 증정하거나 판매하는 추세다.

다만 교보핫트랙스와 아트박스, 텐바이텐 등 팬시 전문점의 인기 상위 다이어리는 많은 경우 1만원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가'고가 제품 간 실용성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구경북 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제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제조사'판매점 간의 경쟁 전략인 만큼 이를 낮추라거나 제재할 수는 없다"며 "소비자들은 유행 등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가격 대비 실용성과 용도가 합당한지를 꼼꼼히 따져 구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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