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선생님에 대한 기억

즉흥 스피치 주제로 '기억에 남는 선생님'에 대해서 말하는 시간이 있었다. 어떤 여성 회원이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으로 고교 시절 자신의 따귀를 때린 선생님을 회상하며 눈물을 보였다. 대학까지 꼽자면 우리는 16년 동안 매년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면서 살아온다.

그런데 어떻게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자신의 뺨을 때린 선생님인지, 참으로 슬픈 일이라 여겨졌다. 나 또한 고교 1학년 때 담임으로부터 깊은 상처를 받은 기억이 있다.

새 학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정환경 조사를 거수로 실시하던 시절이었다. '살고 있는 집이 자기 집인 사람?'이라거나 '집에 텔레비전이 있는 사람?' 등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폭력적이라 할 수 있는 가정환경 조사였다. 그런데 '아버지가 없는 사람?'이라는 그때까지 공개적으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질문이 나왔고,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나는 그 질문에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런데 몇 시간 후 청소시간에 담임은 복도에서 나를 크게 부르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야, 1번! 너 아부지도 없으면서 왜 아까 손 안 들었어?" 나는 분노했다.

교사 한 사람이 한 명의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수치로는 나타낼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미국의 한 사형수가 사형 집행을 하는 순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초등학교 때 학교 준비물로 크레파스를 사 갈 돈이 없어 그냥 간 적이 있다. 그때 나의 선생님은 '없으면 훔쳐서라도 가져 와야 할 거 아냐!'라고 했다. 그 후 나는 물건을 훔치는 도둑이 되었으며, 반복되는 사소한 범죄는 죄의식을 무디게 만들어 버렸고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그때 그 선생님께 왜 내게 그런 말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교사는 직업이 아닌 사명이다. 산만한 아이에게서는 호기심과 열정적인 모습을 찾아야 하고,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아이에게서는 신중함과 겸손함을 발견해야 하며, 어쩌다 한 번 숙제를 해 온 아이에게는 '선생님은 네가 숙제를 해 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단다. 이렇게 멋지게 숙제를 잘해 올 줄 알고 있었어'라는 믿음을 주고, 하고자 하는 동기를 북돋워 주어야 한다. 교사는 가르치는 일이 다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 개개인에게 숨어 있는 미덕과 장점을 발견하고 인정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교사의 중요한 사명이다. 그 보석을 갈고 닦고 싶도록 동기를 갖게 하고 열정을 놓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인 것이다.

나도 지금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연말연시를 맞아 가르치는 자로서의 마음가짐을 또다시 정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떤 선생인가? 지금 이 순간 한 사람 한 사람의 숨은 보석을 찾아내는 아름다운 광부가 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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