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에 만들어지는 독립영화는 약 1천 편에 이른다. 이 숫자를 듣는 거의 대부분 사람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정말이냐며 반문하기 일쑤다. 한 해에 출판되는 책의 수가 약 6만 권이라면 이해가 좀 쉬울지 모르겠다. 그만큼 영화는 글을 쓰는 것만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중요한 표현의 방식이자 소통의 수단 중 하나가 되어 가고 있다. 영화 제작비가 많이 들던 필름 시대를 지나 누구나 손쉽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디지털 시대가 된 지금, 그 편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그 많은 독립영화는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국 영화관 수는 356개, 스크린 수는 2천281개에 이른다. 이 중 2천98개의 스크린이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3대 대기업의 멀티플렉스다. 멀티플렉스는 1998년 한국 최초의 멀티플렉스인 서울의 '강변CGV'가 개관한 이래 지속적으로 증가해 오고 있다. 멀티플렉스가 생겨나면서 바뀐 것은 극장의 규모와 관람문화만이 아니다. 그에 따라 '스크린 독과점'의 문제 역시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멀티플렉스는 그 말처럼 한 극장에서 여러 영화를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올해만 해도 '어벤져스2'가 전체 스크린 수의 3분의 2가 넘는 1천800여 개의 스크린을 차지했다. 극장에 들어선 순간 멀티라는 말이 무색해지면서 영화를 골라볼 수 있어야 하는 관객의 선택권은 박탈되고 만다. 관객들은 '멀티플렉스가 미는' 영화를 볼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모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숫자라는 게 참 보잘 것 없이 느껴지는 20~30개가 고작이지만, 멀티플렉스와 달리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독립예술영화전용관들이 존재한다. 이들 영화관은 독립영화를 비롯해 예술영화, 고전영화, 단편영화 등을 상영함으로써 영화문화의 다양성을 지켜나가고 있다. 문화다양성이라는 공공적 측면이 아닌, 자본의 논리대로라면 이미 존재할 수조차 없었던 영화관들이다. 다양한 영화를 보고자 하는 관객들의 꾸준한 관심과 정부의 지원이 있었기에 존재해 올 수 있었던 영화관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해부터 이들 영화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축소되면서 극장들이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문화다양성마저 경쟁의 논리에, 자본의 논리에 무참히 내던져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 도서관이 들어온다고 가정해 보자. 하나는 규모가 크고 시설이 아주 잘 갖춰져 있지만, 두세 개의 베스트셀러로만 1천 권이 채워져 있는 도서관이다. 또 하나는 작고 초라해 보이지만, 1천 권의 다양한 책으로 채워져 있는 도서관이다. 만약 당신이라면 어떤 도서관을 선택하겠는가.
독립영화감독'오오극장 프로그램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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