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우리 가정 전용 소방차, 소화기

어느 해 겨울 굵은 목소리의 성인 남자가 울면서 119에 신고를 했다. "119죠? 빨리 좀 와주세요! 우리 집에 불이 났어요." 소방대원들이 신속히 출동, 화재를 진압하여 다행히 큰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제야 그 남자는 안도하며 다가와 "이 집은 제가 수십 년을 고생해서 겨우 장만한 저의 첫 집인데 불이 난 걸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부터 쏟아졌어요"한다. 그 집에는 소화기가 없었다.

우리 소방서는 화재, 구조, 구급 등 각종 재난현장에 5분 이내 도착을 목표로 항시 출동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좁은 골목길과 불법주차 차량 등으로 인해 현장에 도착했을 때 화재가 최고조로 접어들 때도 있다. 소화기란 이런 때 필요하다. 소방차 도착 전 소화기는 우리 집에 대기하는 소방차와 같은 역할을 한다.

2012년 2월 관련법령을 개정하여 신규 주택에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기존 주택에도 2017년 2월 4일까지 설치하도록 규정하였다. 소화기는 가구별, 층별 1개 이상 설치하면 되고,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구획된 실마다 천장에 설치하면 된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대형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미국의 경우 1977년 의무화해 사망률이 설치 이전과 비교했을 때 40% 이상 감소하였으며, 일본은 2006년 주택용 단독경보형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해 주택화재 사망자를 크게 줄였다. 화재의 위험이 큰 겨울철을 맞아 '우리 집 소화기 1개 경보기 1개는 생명을 9합니다' 라는 119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화재라는 불청객이 불쑥 찾아오기 전에 우리 가정의 전용 소방차를 마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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