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일자리가 없다." 대구를 떠나고 싶어하는 청년들이 쏟아낸 불만이자 20년 가까이 대구시가 풀지 못하고 있는 해묵은 과제다. 비단 청년 유출이 대구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타 대도시와 비교해 대구 청년 인구 감소세가 더 가파르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본지가 이달에 여론조사기관과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대구 청년 고용의 현실을 알 수 있다. 조사에서 취업을 앞둔 지역 대학생 60% 이상이 졸업 후 대구를 떠날 계획이라고 답했다. 청년들의 이런 탈(脫) 대구 현상은 청년 인구 감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2010년 대구 전체 인구에서 20대 비율은 13.6%로 2000년에 비해 4.5%p나 줄었다. 이는 전국 대도시 중 가장 높은 감소세다.
대구에 남아 일하는 청년의 근로조건은 과연 어떤지 살펴보면 지역 경제 현실과 청년층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최근 대구청년유니온이 지역 청년노동자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급여 163만원, 주당 평균 근로시간 52시간 등 근로조건이 열악하기 이를 데 없다. 주당 52시간 근로를 기준하면 최저임금 156만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박한 임금에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는 이런 열악한 노동 현실에서 대구를 떠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게 비칠 정도다.
대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대구의 최우선 정책 목표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노심초사 대기업 유치에 목을 맸지만 아직 별다른 진척이 없다는 점에서 이제는 정책 방향 전환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청년 고용에 도움이 되는 역외 중소기업 유치나 지역 강소기업 육성 등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2013년 이후 지역 인재 765명을 채용해 청년들에게 기회를 준 '한샘'의 성과를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기업이 조금씩 늘어난다면 청년 고용 해법도, 정책 목표도 언젠가는 손에 닿을 수 있다고 본다.
만약 대구가 계속 청년 고용 해법을 찾지 못하고 정책은 정책대로 쳇바퀴 돌 듯 한다면 청년 유출의 가속도가 더 높아질 것은 뻔하다. 지자체와 기업, 대학 등 지역사회가 결단하고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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