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단절된 낙동정맥에도 백두의 혈을 잇자

"지난 2012년 12월 31일, 경북 문경 백두대간 이화령 구간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야생동물인 고라니가 이동하는 장면이 찍혔다. 일제강점기인 1925년 도로 개설로 인해 단절된 이후 87년 만에 복원된 이 구간에 야생동물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정부는 2012년 11월 복원된 이화령 구간에 CCTV 2대를 설치, 야생동물의 이동 상황을 모니터링 해 왔는데 한 달 만에 고라니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 내용은 올해 11월 9일(월) 자 매일신문 2면에 실린 '추풍령 생태축 복원-잘린 백두대간 잇는다' 제하의 보도다.

백두대간은 한반도 북쪽 백두산에서 출발해 지리산 천왕봉에 이르는 산줄기다. 총길이는 1천625㎞에 달한다. 산경표에서 백두대간의 2차적 산줄기는 정맥이고, 정맥에서 다시 기맥으로 갈라진다. 백두대간에서 낙동정맥은 강원도 태백의 매봉산에서 갈라지면서 낙동강과 동해안 내륙의 크고 작은 산을 타고 부산까지 이어진다.

이런 가운데 낙동정맥에도 단절되고 아슬아슬하게 혈맥을 이어가는 곳이 있다. 그게 영천과 경주의 경계능선인 아화리 고개이고, 거기서 사룡산으로 이어지기까지 약 4㎞ 이상의 나지막한 구릉의 능선이 그것이다.

아화리 고개 서편 물줄기는 영천시 북안천을 거쳐 금호강으로 흘러든다. 마지막에는 낙동강과 합류한다. 동편으로는 경주시 아화리에서 심곡천과 합류해 대천으로 흘러들어 형산강과 합류한다. 형산강은 경주시가지 서쪽을 거치면서 포항의 영일만에서 동해로 접어든다. 이 같은 아화리 고개를 지나면서 물줄기를 갈라놓은 구릉이 낙동정맥의 능선이다.

그런데 이곳 아화리 고개도 일제강점기에 동해남부선 철로와 국도 4호선이 맞붙어 개설돼 이 정맥을 가로질러서 이화령과 추풍령처럼 단절됐다. 이 고개 남쪽으로는 낮은 구릉으로 이어진 낙동정맥 그 중간 틈에서 또 경부고속도로가 질러간다. 그렇지 않아도 낮은 구릉인 낙동정맥에는 고압선 철탑 10여 기가 일렬로 서서 산 언저리를 짓누르는 가운데 또 한 번 힘겹게 혈을 이어간다.

이처럼 아슬아슬한 낙동정맥은 사룡산(四龍山)에 닿는다. 거기서 다시 구룡산을 향하는 산줄기가 팔조령(八助嶺)을 거쳐 비슬기맥을 따라 비슬산을 우뚝 솟게 한다. 거기서 남쪽으로는 창녕의 화왕산으로, 북쪽으론 성불산과 연귀산을 끝으로 대구의 도심까지 이어진다.

또한 사룡산에서 주사산으로 이어져 가지산'취서산'원적산'금정산 등으로 이어진 낙동정맥은 거대도시인 부산의 도심을 거쳐 다대포의 몰운대에서 그 생명을 마감하게 된다.

위 보도에서 경북도에 따르면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경북도,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 자연환경국민신탁 등 7개 기관이 참여하는 '추풍령 생태축 연결'복원사업' 추진을 위한 공동협약(MOU) 조인식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밝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정부는 2017년까지 백두대간 50곳의 생태축 복원을 목표로 복원사업을 추진 중이라는데, 이는 단절된 국토의 혈을 연결해 민족정기를 회복하는 일은 물론 백두대간의 생태연속성을 유지하는 것도 사업의 취지라는 것이다.

줄기가 통직한 소나무에서 뻗은 여럿 가지(枝)도 한 그루의 소나무이다. 그렇다면 낙동정맥도 백두대간의 줄기에 해당한다.

이화령처럼 단절된 아화리 고개도 관련 기관단체가 힘을 합쳐 국토의 혈과 생태축 연결'복원사업을 추진하면 어떨까 싶다. 그 배후에는 대구와 부산'울산'경남의 거대 도시가 있으므로 백두의 혈맥을 잇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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