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대남정책을 총괄해온 김양건(73)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가 29일 급서했다. 북한 내 대표적인 '대화파'로 한국은 물론 국내외 인사들과 교류를 지속했던 김 비서가 갑작스레 사망하면서 해빙 국면을 모색해오던 남북 관계에도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30일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노동당 당중앙위원회 비서 김양건 동지는 교통사고로 12월 29일 6시 15분에 73세를 일기로 서거했다"는 내용을 담은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최고인민위원회의 상임위원회 공동 명의의 부고를 보도했다. 통신은 "(김 비서는) 당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비서의 중책을 지니고 우리 당의 자주적인 조국통일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투쟁했다"며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북한은 김 비서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르기로 하고 장의위원회를 꾸렸다. 장의위원장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맡았다.
정부는 김 비서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이날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홍용표 통일부 장관 명의로 조의를 표명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통일전선부 앞으로 김양건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사망과 관련해 전통문을 발송했고 북측이 받아갔다"고 밝혔다. 전통문에는 "8월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에서 함께 의미 있는 합의를 이끌어낸 김 비서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조의를 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가 북측 주요 인사의 사망과 관련해 조의를 표명한 것은 2007년 백남순 외무상 사망 때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조의를 표명한 이후 8년 만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지난 노무현정부 이래 남북 관계의 '얼굴마담' 격이었던 김 비서가 사망하면서 신뢰할 만한 북측의 고위급 대화 상대를 잃었다. 얼마 전 차관급 당국 회담이 결렬되고 이렇다 할 대화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김 비서 사망이 남북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비서의 사망이 당장 남북 관계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대화책을 즐겨 쓰던 김 비서의 부재로 향후 남북 간에 세부 현안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나올 수 있는 등 악영향 우려도 나온다.
김정은의 '외교 브레인'으로 알려진 김 비서는 2007년 통일전선부 부장을 맡으면서 대남 분야를 담당했을 뿐 아니라 대외 분야도 총괄했다. 김정일 체제에서는 국제부장을 거쳐 대남비서를 담당하면서 대중국 외교를 관장했다. 그는 지난 8월 북한의 지뢰 도발로 말미암은 남북한 긴장 국면에서도 '김정은식 화전양면 전술'을 구사하며 대화 분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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