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소주의가 지배하는 곳에서 사람들은 존재를 제외하고 다른 모든 것을 찾는다…중략…견유주의 이성은 허무주의로 비난받은 인식, 즉 거대한 목적은 퇴짜 맞아야 한다는 인식에서 정점을 이룬다…중략…오로지 견유주의로만 냉소주의를 막을 수 있다. 도덕으로는 역부족이다. 명랑한 목적견유주의는 삶이 그 자신 외에는 잃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잊으라는 유혹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페터 슬로터다이크, 냉소적 이성 비판, 이진우/박미애 옮김. 에코리브르 353~354쪽-
현재 대다수의 대한민국 사람들은 인생을 너무나 진지하게, 아니 진지하다 못해 처절하게 살아가고 있다. 너무나 처절해서 자신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고 마냥 장자의 호접몽처럼 살아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 사람들은 자신의 실존(實存)을 놓쳐버리고 자본의 노예가 되어, 마치 돈을 버는 기계처럼 되어버렸다. 그런 가운데 대한민국 대다수의 국민들은 자신들의 이런 상황을 벗어나고자 과거에 집착하는 '과거집착형-정신증'에 시달리게 된다. IMF 경제위기 이전으로 돌아가고픈 회귀본능이다. 이 정신증은 좌파와 우파를 가르고, 어느 것이 습생에 더 유리한가만을 판단하는 이원론적 동물적 사고를 증가시켰다.
이 '과거집착형-정신증'을 어떻게 극복해야만 대한민국이 건전한 정신으로 다시금 돌아올 수 있을까? 우리가 잃어버린 정신줄을 찾는 중요한 시발점의 정신적 기반은 바로 견유주의(犬儒主義)이다. 다른 말로 개 같은 삶이다.
서양철학에서 나타나는 대표적 견유주의자는 시노페의 디오게네스이다. 이 철학자는 근본적으로 실존주의 철학을 대표하지만 더 큰 의미에서 보자면 삶에 대한 카바레티스트이다. 아테네의 철학을 비꼬고, 정치를 비꼬고, 사회를 비꼬아 버렸다. 그런 가운데 세상을 우스개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바로 그 세상을 우스개로 만들어버린 사건으로 인해, 세상을 정치적 냉소로 바라보면서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이 아니라, 명랑한 삶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이라는 관념으로, 세상을 바꾸어 버렸다.
2016년 대한민국은 한바탕 아비규환의 장이 펼쳐질 것이다. 표에 매달린 아귀들로 북적댈 것이다. 다른 표현으로 표 달라고 짖는 개들과 방방 뛰는 원숭이들로 난리법석이 날 것이다. 그 가운데 냉소주의로 세상을 바라보면 심장박동만 빨라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곡마단 동물 공연을 보듯이 선거를 바라보는 명랑성만이 인간의 정신을 그나마 위로할 수 있다.
2016년 병신년에 세상을 향해서 '꼬롬한' 눈으로, 진지함을 거부하는 즐거운 마음으로 대한민국을 바꾸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 여기서 나온다. 한 발짝 물러나서 자신의 인생과 세상을 비꼬면서 스스로 나름의 인생철학을 즐겁게 만드는 2016년이 정신적으로 더 건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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