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합의 불발로 내년 20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획정안이 표류하면서 사상 초유의 선거구 공백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짙어졌다. 헌법재판소는 12월 31일을 입법 시한으로 정했으나 여야가 여전히 비례대표 축소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여야는 31일 본회의를 열어 선거구획정기준안을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현 상황대로라면 막판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선거구 공백을 '입법 비상사태'로 규정한 정의화 국회의장이 의원정수 300석, 지역구 246석인 현 선거구를 직권상정으로 통과시킬 방침까지 내세우고 있다.
속이 타는 이들은 정치 신인이다. 선거구가 무효가 되면 예비후보로 등록한 정치 신인들의 신분도 사라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0일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올해 등록을 마친 예비후보자에 한해 선거운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홍보물 발송이나 후원회 등록, 선거 사무 관계자 신고는 당분간 할 수 없어 정치 신인들만 발을 동동 구르게 됐다.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는 곳은 정 의장의 손이다. 정 의장은 선거구획정이 12월 31일이 지나서도 이뤄지지 않으면 입법 비상사태로 보고 직권상정을 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힌 바 있다. 여야가 31일 본회의에서 선거구획정기준안을 처리하겠다고 하지만 의견 일치를 못 본 현 상황을 보면 헛 약속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면 정 의장은 현 기준(지역구 246석, 비례 54석)대로 선거구획정위에 획정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뒤 획정위가 국회에 획정안을 넘기면 직권상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직권상정으로 본회의에 선거구획정안이 올라온다 해도 현 기준에 따라 획정위가 안을 짜면 농어촌 지역구의 축소가 불가피하다.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구는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최대 3대 1에서 2대 1로 줄이라는 헌재 결정에 따라 줄어들게 된다. 현역 의원들의 반발로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부결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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