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2시 대구 수성구 만촌동 한 고물상. 폐지와 고철 등을 주워 파는 이모(70) 할아버지는 손수레 한가득 고철과 폐지 등을 싣고 이곳을 찾았다. 추운 날씨에도 이 씨는 목도리 하나 제대로 걸치지 않았다. 일회용 마스크와 목장갑으로 추위를 간신히 막고 있는 이 할아버지 얼굴에는 힘든 모습이 역력했다. 닷새 동안 모은 고물을 주고받은 돈은 고작 2천500원. 이 할아버지는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으로 생활비를 썼지만 몇 년 전 아내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한 푼이라도 더 벌고자 폐지를 줍고 있다"며 "그나마 요즘에는 고철 가격이 내려가 일주일 모아도 이 정도 밖에 못 번다"고 한숨을 쉬었다.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겨울이 더욱 혹독해지고 있다. 최근 경기 침체로 고철 등 일부 재활용품 단가가 지난해와 비교해 급락하면서 그나마 수지가 나은 폐지로 수집가들이 몰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탓이다.
대구시가 지난 5월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에서 파지 등 재활용품을 줍는 주민은 1천630명으로 매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안정일 한국고물상협회 사무총장은 "전국적으로는 재활용품을 줍는 인구는 170만 명으로 추산되며 지속적으로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고물상 업계에 따르면 고철 단가는 1년 새 급락했다. 대구의 한 고물상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고철 단가는 1㎏당 200~250원이었는데 현재 40~60원까지 떨어져 종이 단가(1㎏당 100원 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고철을 가득 싣고 와봐야 어르신들이 손에 쥐는 돈은 5천원 미만 정도다"고 했다.
일부 품목은 운송비와 인건비 등을 충당하지 못해 고물상에서 매입조차 하지 않는다. 수성구 범어동의 한 고물상 주인 김모(35) 씨는 "깡통은 요즘 압축 비용이 더 들어 아예 사들이지 않고 플라스틱이 많이 섞인 고철도 분리 비용이 비싸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어르신들의 파지 줍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재활용품 수집을 6년째 한다는 박모(82) 할아버지는 "보통 겨울이면 너무 추워서 한나절만 일하고 물건을 가져다 팔았는데 요즘에는 돈 되는 상자가 너무 없어 밤 10~11시에 한 번 더 나와 파지를 구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너무 빨리 주워가 파지 구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치열한 경쟁으로 어르신들이 해가 진 뒤에도 거리로 나오는 경우가 늘면서 교통사고 등에 위협을 받기도 한다. 박모(64) 할머니는 "주로 골목길 위주로 다니는데 얼마 전 골목길을 다니는 차량과 부딪힐 뻔하기도 했다. 얼마 전 아는 사람도 골목에서 손수레를 끌다가 차와 부딪혀 병원비만 수십만원 들었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한덕수 탄핵소추안 항의하는 與, 미소짓는 이재명…"역사적 한 장면"
불공정 자백 선관위, 부정선거 의혹 자폭? [석민의News픽]
헌정사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제2의 IMF 우려"
계엄 당일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복면 씌워 벙커로"
무릎 꿇은 이재명, 유가족 만나 "할 수 있는 최선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