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외다리로 서 있는 물새가 졸리운 옆눈으로
맹하게 바라보네, 저물면서 더 빛나는 바다를
(전문.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문학과 지성사. 1998)
일 년간 이곳에 시를 옮겨 적고, 시를 이야기하면서 나의 질문은 늘 한결같았다. 시란 무엇인가? 내가 시를 쓰는 이유와 우리가 시를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 좋은 시란 무엇인가? 어쩌면 시란 침묵이라는 물속에서 이리저리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 같은 것인지 모르겠다.
침묵의 작가 피카르트(1888~1965)의 말을 빌려보면 "침묵은 철저히 인간의 본질 속으로 엮여져 들어간다. 그러나 언제나 침묵은 다만 그 위에서 보다 고귀한 것이 나타나게 하는 하나의 토대일 뿐이다.
즉 인간의 정신 속에서 침묵은 숨은 신에 관한 앎으로서 나타난다……. 스스로를 드러내는 신이 숨은 신 이상의 것이듯이, 언어는 침묵 이상의 것이다." (『침묵의 세계』)
그리고 시는 물이라는 침묵 속에 숨어있는, 살아 움직이는 물고기와 같은 그 무엇인 것이다.
그런데 사물을 가장 잘 보는 방법은 똑바로 노려보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사물을 식별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졸리운 옆눈으로 맹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시는 긴 외다리로 서서 그렇게 무심한듯 맹하게, 침묵 속에서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식별해 내는 일일 것이다.
시와 함께 1년을 보냈다. 이 마지막 날의 저녁이 모두에게 "저물면서 더 빛나는 바다"였으면 좋겠다. 이것이 단지 희망사항만일지도 모르지만, 시는 그것을 꿈꿀 권리가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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