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투자자인 워런 버핏은 이 나라를 두고 '기적'(Miracle)이라고 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이스라엘에 딱 들어맞는 수식어다. 사막을 옥토(沃土)로 바꾼 것에서 노벨상 수상자 배출, 창업기업 성공,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에 이르기까지 경이적인 성과들을 보여주는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2016년 새해를 맞아 매일신문은 현지 취재를 통해 이스라엘의 성공 비결을 찾아봤다-편집자주
◆'이스라엘의 정주영' 스테프 베르트하이머 이스카 창업주 단독 인터뷰
나이 90에 헬기로 출퇴근 집 뒷마당서 시작한 회사 아직도 하고 싶은 일 많아
이스라엘 북부 테판에 위치한 세계적 금속절삭공구업체인 이스카(Iscar)에서 스테프 베르트하이머(90) 이스카 창업주를 만났다. 구순(九旬)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눈빛이 형형하다. 목소리에서 힘이 느껴지고 기억도 또렷하다. 하이파에서 테판까지 헬리콥터를 타고 출'퇴근(20여 분 정도 걸림)할 정도로 노익장을 자랑하고 있다. 이스카 경영에 대해 조언하고, 기술교육 및 후진 양성에 정열을 불태우고 있다. 순자산 54억달러(2014년 기준'한화 6조5천억원 상당)를 가진 재벌답지 않게 소탈한 차림에 사무실은 검소했다. 따로 비서를 두지 않고 다른 임원들과 공동으로 비서를 두고 있다.
-인터뷰에 응해줘 감사드린다. 스물여섯인 1952년 이스카를 세울 당시 상황을 얘기해 달라.
▶나는 별다른 정규교육을 받지 않았다. 14살 나이에 정밀가공 일을 시작했다. 군에서는 공군 정비사 일을 했다. 제대 후 이를 바탕으로 한 일을 하고 싶었다. 큰 계획 없이 조용한 곳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나하리야 집 뒤뜰에서 회사를 열었다.(1950년대 당시 이스라엘에서는 남'북부 사막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척박한 남'북부 사막을 발전시키려면 그곳에 일자리를 만들어 사람들을 이주시키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고 베르트하이머 창업주는 얘기한 적이 있다. 또 이스카란 회사 이름은 Israel+carbide에서 따올 정도로 애국심이 투철하다.)
-테판 이스카 본사에서 레바논 국경까지는 10㎞ 정도로 매우 가깝다. 포격 등으로 걱정이나 두려움도 없지 않았나.
▶별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웃으면서) 레바논 사람들이 오히려 나를 무서워했을 것이다. 인종을 떠나서 전문 지식'기술을 갖춰야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아랍인에게 일자리를 줘야 그들이 행복해지고, 그들이 행복해져야 이스라엘이 행복해진다고 생각했다. 같이 손잡고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현재 이스카 근로자 중 30%가 아랍인이다.)
-이스카는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성공한 비결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앞서가는 회사나 사람을 따라잡으려면 카피(Copy'복제)하는 것이 제일 손쉬운 방법이다.(조크를 하며 웃음) 이스카를 만들 당시 가진 돈이 거의 없었다. 지식과 기술이 있다면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나름 성공한 비결을 얘기한다면 오랫동안 절삭공구 전문업체란 한 분야에 집중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본다. 오래 끌고나간 힘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또 인구가 수백만 명에 불과한 이스라엘 시장을 넘어 수출에 집중, 전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한 것도 기업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많은 국가에서 온 이민자를 포함한 다양한 부류의 직원들을 융화시킨 것도 세계적 회사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를 했다.
-이스라엘의 독특한 도전정신인 '후츠파'(CHUTZPAH)에 대해 관심이 많다. 후츠파에 대해 정의를 내린다면.
▶후츠파는 박스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말한다. 교육이 안 된 사람은 교육을 받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개척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구텍을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구와 한국에 대한 인상을 얘기해 달라.
▶(웃으면서) 대구를 방문했을 때에 들었던 둥둥둥 하는 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대구텍 방문 때 회사 측에서 북춤 공연을 한 것을 이른 듯함) 대구텍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제품이 최고이며, 사람들도 매우 좋다. 이스라엘과 한국은 역사와 민족성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1948년에 나라를 같이 건국했다. 짧은 시간에 경제성장을 이뤄낸 것도 닮았다. 나는 독일에서 이스라엘로 건너왔다. 독일식과 일본식을 접합한 한국의 교육은 강점을 갖고 있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교육에서 우수한 나라다.
-한국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한국이 북한을 도와 성장하게 한다면 한국에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 세계도 조용해질 것이다. 이스라엘 역시 팔레스타인과 싸우지 않고 서로 화합하고 잘 사는 것이 성공하는 토대라고 본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인생을 돌아봤을 때 성공 요인은.
▶(한참 동안 생각한 뒤) 나는 어릴 적에 좋은 학생이 아니었다. 다만 부모에게 좋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것이 인생에서 성공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에게 충고한다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인생을 즐기라고 하고 싶다.
-90세에 헬기 출'퇴근할 정도로 건강한데, 그 비결은.
▶일이 건강이다. 아직도 일을 끝내지 않은 것 같고, 하고 싶은 일을 마무리 안 한 것 같다. 유대인과 아랍인의 화합'공존에 더욱 매진하고 싶다. 나는 독일에서 건너왔다. 독일 교육은 실용적인 반면 이스라엘 교육은 말만 앞세운 채 이뤄놓은 게 없는 경우도 있다. 실용적인 교육에 열정을 쏟고 있다.(실제로 베르트하이머는 자기 돈을 들여 테판 인근 라본에 기술학교, 테판산업단지에 창업을 지원하는 파크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당신과 인터뷰를 하면서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두 사람의 인생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현대(이스라엘에서는 현대를 '윤다이'라고 지칭)자동차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창업주 정주영 회장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당신이 얘기하는 그의 인생을 들으니 존경심이 생긴다.
◇이스라엘 리포트 연재 순서
1)'이스라엘의 정주영' 스테프 베르트하이머 이스카 창업주 단독 인터뷰
2)행복의 원천, 가족
상)자녀는 신이 주신 선물
하)부부가 함께 만드는 가정
3)이스라엘 만든 교육
상)창의성 북돋우는 도떼기교실
하)모두가 참여하는 교육
4)창업국가 이스라엘
상)후츠파로 돌진하다
하)실패, 성공의 또 다른 자산
5)기적을 낳은 농업
6)군대, 인생의 터닝 포인트
7)노벨상 산실-바이츠만연구소
8)기술학교에서 인생을 개척하다
9)세계적 기업, 이스카 성공 스토리
10)이스라엘에서 한국을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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