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위기다. '
전통적 대가족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1인 가구나 이혼 등에 따른 가족해체로 고독사, 청소년 일탈 등의 각종 사회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가족의 위기는 곧 우리 사회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급변한 사회 환경 속에서 가족 형태도 크게 바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가족이라면 전통적 개념을 떠올린다.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전통적 개념의 가족은 이제 다양한 가족 형태 중 하나일 뿐이다. 때로는 혼인이나 혈연이 아닌 구성원들이 서로 의지하며 사는 공동체가 가족의 역할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가족의 위기는 한국사회의 문제다. 2016년, 우리 시대 건강한 가족의 모습이 무엇인지, 가족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하는지 살펴봤다.
60대 김영임(가명'여) 씨의 삶은 우리 사회 가족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1950, 1960년대 어린 시절 김 씨의 가족은 할아버지와 부모, 2명의 고모, 김 씨를 포함한 4남매까지 9명의 대가족이었다. 1970년대 남편을 만나 결혼한 김 씨는 잠시 2인 가구가 되었다가, 자녀 둘이 태어나면서 4인 가구로 1980, 1990년대를 보냈다. 그러다 자녀가 대학 공부를 위해 서울로 올라간 뒤 결혼하면서 집을 떠났고, 몇 년 전에는 남편과 황혼 이혼을 하면서 지금은 1인 가구로 지내고 있다. 김 씨는 "북적대던 대가족이 그립기는 하다. 자식들도 모두 바빠 명절에도 얼굴 보기가 힘들다. 아직은 건강하지만 뉴스에서 홀몸노인 고독사 소식을 접할 때면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혼가정, 재혼가정,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등 2016년 가족의 형태는 다양해졌다. 가장 눈에 띄는 건 '1인 가구의 급증'. 정책적 기준이 돼왔던 '4인 가족'은 더 이상 우리 사회 대표 가족이 아니다. 지금은 1, 2인 가구가 우리 시대, 우리 지역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대표 가구가 4인에서 1, 2인 가구로
가족의 구조적 변화의 중심에는 1인 가구의 증가가 있다. 대구의 1인 가구는 15년 전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났다.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대구 1인 가구는 2000년 10만9천874가구에서 2015년 23만1천670가구로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2인 가구도 같은 기간 13만2천841가구에서 23만9천633가구로 80.4% 증가했다.
1, 2인 가구의 증가로 보편적인 가구의 형태도 변했다. 2000년까지만 해도 대구에서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는 4인 가구였다. 2000년 대구의 4인 가구는 25만7천76가구로 전체(77만1천67가구)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뒤를 이어 3인 가구(16만8천767가구), 2인 가구(13만2천841가구), 1인 가구(10만9천874가구)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2015년에는 대구 가구의 절반이 혼자 혹은 두 사람이 사는 가구다. 4인 가구는 18만2천717가구로 10가구 중 2가구에 불과하다. 이제는 2인 가구(23만9천633가구)와 1인 가구(23만1천670가구)가 가장 대표적인 가구의 형태가 됐다.
통계청은 2030년에는 대구 1인 가구가 31만 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가구(98만3천429가구) 중 1인 가구와 2인 가구는 65%가 넘고, 2000년까지 대표 가구였던 4인 가구는 11.2%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고령층, 여성, 저소득층으로 대변되는 1인 가구
1인 가구의 이면에는 가족해체가 자리 잡고 있다.
가족해체는 이혼, 가출 등으로 기존 가족구성원이 분리되는 것과 함께 넓게는 가족의 정서적 기능이 사라지는 것까지 포함한다. 특히 최근에는 높은 이혼율, 세대 간 단절 등의 가족해체로 인한 비자발적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가족해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는 이혼이다.
인구 1천 명당 이혼 건수는 1990년 1.1건에서 2013년 2.3건으로 증가했다. 혼인 건수 대비 이혼 건수 비율도 1990년 11.4%에서 2013년 35.7%로 늘어나 가족해체가 심화되는 상황이다. OECD 회원국 중에서도 이혼율 1위(2012년 기준)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2000~2010년 미혼 1인 가구가 연평균 6.8% 증가하는 동안 이혼 1인 가구는 9.8%로 더 빨리 늘어났다.
가족해체에 따른 1인 가구는 '고령층' '여성' '저소득층' 등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2015년 기준 대구 1인 가구 23만1천670가구 중 3분의 1 이상이 60대 이상 고령층(8만4천752가구)이다. 고령층 1인 가구는 점차 늘어나 2030년에는 홀로 사는 고령층이 절반 이상(54.7%)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저소득층의 비중도 매우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중 여성 비중은 2010년 66.1%에서 2014년 69.0%까지 늘었다. 또 2014년 기준 2인 가구의 저소득층 비중이 10.9%였던 반면, 1인 가구는 45.1%가 저소득층이었다. 특히 1인 가구 중 60대 이상 1인 가구의 경우, 절반 이상인 66.7%가 저소득층으로 나타나 고령층 1인 가구에 빈곤이 집중되고 있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나오고 있지만 가구 구조 변화에 대한 인식과 정책은 여전히 부족하다. 1인 가구 증가 추세를 반영해 사회안전망을 재점검하고, 현재 3, 4인 가구 중심으로 편중된 가족 정책을 점검해 사회구성원의 삶의 질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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