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마다 돌아오는 병신년(丙申年)의 병(丙)은 붉은색을 가리킨다. 그만큼 강렬한 흔적을 남겨 오늘날 되새겨볼 만한 역사 속 병신년들이 많다. 2016년 병신년을 맞아 세계, 한국, 그리고 대구경북의 병신년 역사를 살펴봤다.
◆망이'망소이의 난과 금수저'흙수저, 역사는 반복될까?
역사는 신분 높고 힘 있는 사람들의 이름과 행적만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1176년 병신년에는 신분 낮고 힘없는 사람들이 훗날 역사가의 시선을 모으는 사건을 일으킨다. 고려 무신 집권기 충청도 공주의 천민 마을 명학소에서 망이'망소이 형제가 국가의 가혹한 수탈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분 해방을 내걸고 벌인 '망이'망소이의 난'이다. 한국 역사 최초의 민중 봉기로 평가받는 사건이다. 2015년 헬조선(희망이 없는 한국 사회)과 금수저'흙수저(부모의 재력이 자식의 삶을 좌우하는 현실을 수저의 계급으로 풍자한 것) 등의 신조어가 등장해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고, 2016년 병신년에도 암울한 세평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연결되는 맥락에서 곱씹어볼 만한 역사적 사건이다.
이 밖에도 936년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했고, 1236년 고려대장경 판각이 시작됐으며, 1536년 율곡 이이와 송강 정철이 탄생했다. 1776년 병신년에는 훗날 개혁의 아이콘으로 끊임없이 인용되는 조선 22대 왕 정조가 즉위했다. 같은 해 조선 바깥에서는 지금도 계속 되고 있는 미국의 시대가 열렸다. 1776년 미국은 영국을 상대로 독립을 선언하며 세계 패권 국가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은 자본주의를 경제시스템이자 이데올로기 삼아 초강대국으로 발전해왔다. 이 자본주의의 개념은 같은 해인 1776년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펴낸 '국부론'이 뿌리다.
◆한국 근현대사 이끈 병신년
1896년 병신년은 우리나라를 격동의 근현대사로 끌어들인 해였다. 이해 1월 1일부터 조선은 지금의 양력을 가리키는 그레고리력을 차용, 세계 시간 질서에 발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외세는 점차 위협으로 감지됐다. 바로 전해(1895년)에 일본이 명성황후를 시해하는 을미사변이 발생했고, 1896년 2월 11일 조선 왕 고종은 일본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기는 아관파천을 감행했다. 외세에 더는 기댈 수 없다는 취지로 서재필 등 명사들은 4월 7일 독립신문을 창간했고, 7월 2일에는 독립협회를 결성했다.
당시 대구경북에서도 외세에 항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을미사변과 단발령을 계기로 전국 각지에서 의병이 결성됐는데, 1895~1896년 경북 울진과 영해에서는 동해안을 통해 국정을 염탐하러 온 왜선을 의병이 격파한 '병신년 왜란'이 일어났다. 이는 이후 1910년까지 대구경북 곳곳에서 이어진 의병 운동의 초기 사건이었다.
60년이 지나 다시 돌아온 1956년 병신년은 앞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존립의 위기에서 대한민국을 지켜낸 이들을 본격적으로 드높이기 시작한 해였다. 제1회 현충일과 제1회 국군의 날 행사가 열렸다. 그리고 2016년 병신년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해가 될 수 있을까. 우리 정부는 새해를 사흘 앞두고 일본 정부로부터 '사과'를 받아내고, 피해자 지원재단에 10억엔을 출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일본의 제대로 된 책임 이행을 이끌어내는 과제를 2016년 한 해 동안 풀게 됐다.
다시 1956년 병신년으로 돌아가 보면, 일본 관련 사건이 하나 더 있다. 광복 직후인데다 한국전쟁을 거치며 국방이 불안정했던 1950년대에는 두 번 다시 일본에게 빼앗기지 않으려 자발적으로 독도를 지킨 민간인들이 대구경북에 있었다. 이들 독도의용수비대가 한국 경찰에 무사히 독도 수호 업무를 넘긴 해가 1956년으로 알려져 있다.
선거 시즌마다 신문 칼럼에 종종 인용되는 해도 1956년이다. 바로 대구를 배경으로 '현재 보수의 텃밭으로 각인돼 있는 대구는 당시만 해도 야성 넘치는 진보 도시였다'는 식으로 말이다. 상황은 이랬다. 1956년 제3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승만은 전국 70%에 달하는 압도적인 득표로 당선됐다. 하지만 대구 사람들은 야당 대통령 후보인 조봉암에게 45%, 여당 대통령 후보인 이승만에게 27%의 지지도를 보였다.
댓글 많은 뉴스
"탄핵 반대, 대통령을 지키자"…거리 정치 나선 2030세대 눈길
젊은 보수들, 왜 광장으로 나섰나…전문가 분석은?
민주, '尹 40%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고발 추진"
윤 대통령 지지율 40%에 "자유민주주의자의 염원" JK 김동욱 발언
"尹 영장재집행 막자" 與 의원들 새벽부터 관저 앞 집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