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해 극장가 '개봉박두'] 부모님 모시고 웃어 볼까 아이 손잡고 추억 만날까

'에브리띵 윌 비 파인' '몬스터 호텔2' '스누피' '내부자들:디 오리지널' '셜록'

몬스터호텔2
몬스터호텔2

2015년 을미년을 보내고 2016년 병신년이다. 새해에는 조화로움과 평화, 풍성함과 따스함이 넘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하며, 새해 극장가를 조망해 보자.

겨울방학 시즌이 시작되고 설 시즌을 앞두고서 극장가는 가족 단위 관객들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지금 흥행에서 좋은 기록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국 영화와 외화, 어른들을 위한 영화와 아이들 영화가 골고루 섞여 있다. 온 가족 행사로 극장을 선택한 이들을 위한 좋은 영화들이 기다린다.

현재 극장가에는 산악인들의 에베레스트 등정 실화를 극화한 '히말라야'가 지난해 초 '국제시장'과 유사한 분위기를 띠면서 흥행의 제일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다. 눈물과 감동의 힘이 여전히 크다는 것을 이 영화가 입증한다. 지난주 개봉하여 북미 흥행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스타워즈' 시리즈 7편인 '깨어난 포스'는 새로운 감독과 배우진이 제작에 참여하여 40년이 경과한 시리즈의 세대교체를 완벽하게 선언했다. 이 영화는 수십 년간 끊임없이 팬들을 만들어내며 장수한 시리즈로, 오랜 팬과 새로 유입된 팬 모두를 공략한다. 해리슨 포드를 비롯한 오리지널 3인방과 자녀 세대가 등장,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내며 이후 속편들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를 추격하는 일본군, 그리고 일제의 돈과 무기로 인해 유린되는 조선을 마지막 힘을 다해 막아보고자 하는 명포수가 호랑이와 운명을 함께하는 시대극 '대호'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흥행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감동 드라마, SF 판타지, 액션 시대극 등, 각기 다른 색깔, 다른 장르의 영화들이 흥행을 리드하고 있는 가운데, 애니메이션의 강세가 눈에 띈다.

혼혈 뱀파이어의 모험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몬스터 호텔 2', 어른이 된 어린 왕자를 찾아 나서는 고전의 재탄생 '어린 왕자', 포켓몬스터 탄생 20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흥행불패 신화의 '포켓몬 더 무비 XY 후파: 광륜의 초마신', 추억을 함께한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 한국 최고의 캐릭터 뽀로로 극장판 '컴퓨터 왕국 대모험' 등 미국, 프랑스, 일본, 한국의 다양한 애니메이션들이 어린이 관객을 공략하며 골고루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영화계에 특기할 점이 추가되었는데, 바로 재개봉 영화의 성공이다. 중년 세대가 젊은 시절에 보았던 영화를 자녀 세대와 함께 재관람하거나, 새로운 세대는 익히 제목은 들어서 알고 있던 명작을 극장에서 확인하는 기쁨을 누렸다. 중년 세대와 젊은 세대의 소통의 도구로서 재개봉 영화가 활용된다는 점에서 영화가 가진 긍정적인 사회적 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 10년 만에 재개봉한 '이터널 선샤인'은 3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 처음 개봉 실적을 훌쩍 뛰어넘는 기록으로 2015년 하반기 화제작으로 떠올랐으며, 그 기세를 새해에도 이어갈 전망이다. 개봉 당시에는 멜로 드라마에 SF적 발상을 섞어 이야기 구조가 난해하게 여겨졌지만, 달라진 시대와 관객은 이 영화에 열광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에 데이트 커플을 위한 영화로 오랫동안 사랑받던 영국의 로맨틱 코미디 '러브 액츄얼리'도 12년 만에 스크린에 걸리며 다양성 영화 1위에 올라서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지난 몇 년간 다양성 영화가 서서히 힘을 발휘하며 안정적으로 시장을 형성하였는데, 훈훈한 일본 가족 드라마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조용하게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세월호의 진실을 알리는 다큐멘터리 '나쁜 나라'와 황당한 설정으로 재미를 주는 벨기에 코미디 '이웃집에 신이 산다'도 입소문을 타고 저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흥행 강자들 사이에서 이번 주 새로 개봉하는 영화들이 얼마큼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지 또한 관람 포인트다. 우선 '조선마술사'와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에 주목해본다. '조선마술사'는 '번지점프를 하다'(2000)와 '혈의 누'(2005)의 김대승 감독 신작으로 유승호와 고아라가 주연을 맡은 시대극이다. 평안도 최대 유곽 물랑루의 자랑이자 의주의 보배인 조선 최고의 마술사 환희(유승호)는 어린 시절, 청나라 마술사 귀몰(곽도원)에게서 학대 받았던 기억으로 늘 난봉꾼처럼 삐뚤어져 있다. 그런 그를 이해하는 것은 귀몰의 손에서 함께 도망친 의누이 보음(조윤희)뿐이다. 한편, 청명(고아라)은 사행단의 호위무사 안동휘와 함께 청나라의 11번째 왕자빈으로 혼례를 치르러 가던 중 의주에 머물게 되고, 우연히 마주친 환희에게 운명처럼 끌리게 된다. 청명이 공주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한 환희 역시 처음 느낀 감정에 다른 사람처럼 변해간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이 채 피어나기도 전에 과거의 악연에 앙심을 품은 귀몰이 복수를 위해 환희를 찾아오고, 청명이 가지고 있던 청나라에 올릴 진상품을 노린 자들의 음모가 더해지면서 위험의 그림자가 점점 그들을 조여 온다. 환상적인 마술과 운명을 건 사랑이 조선을 배경으로 이국적으로 펼쳐진다.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은 지난해 11월에 개봉하여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600만 관객을 동원, 이병헌의 완벽한 재기를 널리 알린 '내부자들'의 확장판이다. 50분 분량이 추가된 버전으로, 웹툰 작가 윤태호의 원작에 더욱 가까우며, 이전 상영 버전보다 풍자적이며 정치적인 부분이 훨씬 더 강하다. 팽팽하게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세 인물들,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 백 없는 검사 이강희(조승우), 유력 보수 일간지 논설위원 우장훈(백윤식)의 과거에 대한 정보가 추가되었다. 길어진 새 상영 버전은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살려내면서 이전과 다른 새로운 캐릭터 드라마로, 인물 간 구도 속에서 뿜어 나오는 긴장감이 더욱 강화되었다. 부패한 권력자들의 추악한 본성이 화려한 미사여구를 통해 포장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보기 드문 성공적인 정치 스릴러 영화다. 타락한 권력자들의 음모와 통쾌한 복수극이 펼쳐지는 3시간 러닝타임은 더욱 명쾌한 메시지와 알찬 내용을 담고 있어 이미 관람한 관객들에게도 호기심을 유발한다.

'에브리띵 윌 비 파인'과 '셜록: 유령신부'도 새해에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에브리띵 윌 비 파인'은 독일의 거장 빔 벤더스의 신작으로,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1999), '피나'(2011) 등 다큐멘터리 작업에 주로 열정적으로 매진해 오던 벤더스가 오랜만에 스타들과 함께 작업한 극영화다. 눈 내리는 겨울 저녁, 전도유망한 작가 토마스(제임스 프랑코)는 차를 운전하고 가던 중 비극적인 사고를 경험한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그 사건은 그의 인생의 많은 부분을 뒤흔들어 버린다.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경험한 후 운명이 뒤바뀐 이들의 삶의 궤도가 압도적 연출과 아름다운 미장센(=연극과 영화 등에서 연출가가 무대 위의 모든 시각적 요소들을 배열하는 작업)에 담긴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은 토마스의 아내 사라 역은 레이첼 맥아담스, 위로와 용서가 필요한 여인 케이트 역은 샬롯 갱스부르가 연기한다. 영드 붐을 일으킨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명품 추리극 '셜록: 유령신부' 극장판은 컴버배치의 팬들을 설레게 할 것이다.

장르의 묘미를 전하는 강한 영화와 사랑스러운 애니메이션, 팬덤을 몰고 다니는 스타, 거장과 신예 감독, 예술영화와 옛 영화가 골고루 배치된 새해 극장가에서 최선의 선택을 통해 2016년을 기분 좋게 시작하길 바란다. 그리고 새해에 좋은 영화들이 우리 모두를 조금 더 살 만한 세상으로 데려다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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