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대구경북(TK)이 전국적인 관심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과 '진실한 사람' 선택 발언 이후 TK가 가장 뜨거운 선거판으로 변했다. 박심(朴心)을 업었다고 주장하는 청와대 참모 출신과 장'차관들이 TK로 달려오고 있다. 청와대와 각을 세웠던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생존 여부까지 더해 TK발 총선 열풍이 일고 있다. 한국정치를 꿰뚫어 보는 정치평론가들로부터 2016년 TK 총선 기상도를 그려봤다. 황수영 기자 swimming@msnet.co.kr
(1)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개입(배신의 정치 심판, 진실한 사람 발언 등)이 TK 선거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2)대구경북에 출마하는 후보 중 '진박'(眞朴) 주자들은 있나? 또 있다면 누구를 진박으로 보나?
(3)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공천에서 배제될 것으로 보나? 또 배제된다면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하나?
(4)내년 총선 때 대구경북의 선거판을 뒤흔들 변수는 무엇으로 보나?
◆박상헌-공간과미디어연구소장(정치학 박사)
1. 박 대통령의 발언은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배신과 진실이라는 선거 프레임을 내걸었다. 유권자 입장에서 최악의 선거다. 후보들이 국회의원이 돼 무슨 일을 할지, 자기 지역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한다. 정책과 비전을 갖고 경쟁하는 구도가 돼야 하는데 대통령과 찍은 사진이 더 중요하게 된 선거는 TK 유권자를 모독하는 것이다.
2. 없다. 프레임 자체가 엉터리다. '진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뽑아선 안 된다. 박근혜정부는 이제 2년이면 끝나는데 대통령이랑 친하다고 뽑아달라는 게 말이 안 된다. 잘못된 프레임에 편승해 배지를 달려고 하는 것이다. 정치를 이렇게 하는 게 어딨나. 유권자를 '졸'로 보는 것이다.
3. 공정한 공천룰에 따라서 유승민 의원이 탈락하면 그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컷오프'로 유 의원을 날린다고 하면 전국 선거가 엉망이 될 것이다. 공천은 페어플레이가 원칙이다. 규칙 속에서 지면 그것은 유승민 탓이다. 유승민도 (공천 경선에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밀실 컷오프는 유권자들이 수용할 수 없다. 선택은 동구을 유권자의 몫이다.
4. 강력한 진박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TK 유권자들이 이를 거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TK 유권자들이 말도 안 되는 프레임에 저항했으면 좋겠다. 대통령과의 인연을 TK에서 국회의원을 해야 할 이유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뽑으면 안 된다. 국회의원들이 대통령 치맛자락 잡고 정치하지 않도록 유권자들이 지혜로웠으면 좋겠다.
◆박상병-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정치학 박사)
1. 대통령의 두 가지 발언은 정치적으로 확실한 선거 개입이다. 국민 앞에서 특정 인사를 놓고 "진실한 사람을 택하라"고 말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될 뿐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당내 경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총선 본선에서 무소속 후보 중 강력한 대항마가 나왔을 때 역풍이 불 것이다. 지금은 대통령 인기가 좋지만 4월에도 좋을 순 없다.
2.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포함된다고 본다. 정 장관은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이라고 직접 이야기했다. 이재만 예비후보도 친박 인사들이 대놓고 진박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나. 하지만 청와대에서 일했다고 다 진박으로 보기 어렵다.
3. 유승민이 공천 경선 전에 배제되진 않을 것 같다. 친박이 컷오프로 유승민을 찍어내면 대통령이 대놓고 특정 인사를 잘라내는 것으로 수도권에서 역풍이 분다. 경선까지 가더라도 유승민의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 유승민이 "정치 희생양이 되지 않겠다"고 복당을 조건으로 무소속 출마하면 이길 수 있다고 본다.
4. 박근혜와 유승민 두 가지다. 대통령의 인기가 4월까지 이어지느냐에 따라 총선판 전체가 달라질 것이다. 대통령 심판 여론이 몰아치면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화의 본거지인 대구는 자존심이 있는 도시다. TK가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은 맞지만 선거에 개입한 대통령을 끝까지 지키긴 쉽지 않을 것 같다.
◆황태순(정치평론가'전 한국국제통일연구소 연구위원)
1.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권 해석처럼 선거 개입이 아니다. 국민의 바람을 배신하는 정치는 심판받아야 하며, 진실한 사람 발언도 한결같은 사람을 택하는 게 유권자들에게도 바람직하다는 원론적 이야기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TK 정치권 물갈이해 달라'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담긴 것이라고 해석한다. TK에서 이런 호소는 선거판을 출렁이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
2. 어느 사람이 진박인지 아닌지 개인 평가는 어렵다. TK 총선 후보가 외딴 섬이나 미국에서 온 사람들이 아니다. 그 지역에서 태어나 높은 벼슬에 있다가 내려간 사람도 있고, 4년간 국회의원 한 사람도 있고,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유권자다. 평판은 뻔하다. 믿지 못할 사람이라고 하면 유권자가 안 찍는다.
3. 불가능한 가설이다. 새누리당은 야당과 달리 컷오프 제도가 없다. 새누리당 당헌당규에 따라 당심 반, 민심 반으로 경선을 진행할 것이다. 현재까지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유승민과 이재만의 승패를 예측하기 어렵다. 만약 유승민이 경선에서 떨어지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없다.
4. 현재 분열 조짐을 보이는 야당이 총선 막바지에 임박했을 때 후보 단일화나 재통합하면 TK뿐 아니라 전국 선거에서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야권이 재통합하면 전국이 출렁이게 될 것이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TK는 "대통령을 지키자"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또 TK뿐 아니라 영남 전체에 새누리당 결집 현상이 생길 것이다.
◆민영삼(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전 새천년민주당 부대변인)
1. 이 발언은 고도의 선거 개입으로 총선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 본다.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 전략적 접근이다. TK는 새누리당 공천이 곧 당선이나 매한가지다. '대통령 수석 당원'의 동네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민심에 반영될 것이고 새누리당 내부 공천과 물갈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2. 친박계 홍문종 의원이 유승민 지역에 출마한 이재만 전 동구청장 사무실을 찾아갔다. 홍 의원은 당 사무총장을 지낸 친박 인사다. 또 유승민과 친했던 대구 의원 지역구에 출마 의사를 밝힌 청와대 인사들은 대통령이 선택한 사람으로 해석할 수 있다.
3. 인위적인 컷오프는 불가능하다. 다만 당내 경선에서 물밑 지원을 통해 유승민을 잘라내는 상황이 벌어질 순 있다. 유승민은 이럴 때일수록 피해자 입장에서 무소속으로 나가는 것보다 순순히 받아들이고 다른 길을 준비해야 한다. 대통령의 힘이 완전히 빠질 때, 비주류가 힘을 모을 때를 기다렸다가 연대하거나 제3의 길을 택해야 한다. 무소속 출마는 참아야 한다.
4. 대통령 영향 아래서 유승민이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첫 번째 관심사다. 또 김문수와 김부겸의 대결에서 대구 시민들이 박심을 택할 것인지, 김부겸을 품을 것인지도 변수가 될 것이다. 박심과 이를 누르는 일반 민심 중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서 TK가 달라질 것이다. 현재 김문수 전 지사가 대구에 간 것은 약한 모습이다. 대구 민심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전계완(대한민국지식중심 상임대표'정치평론가)
1. 매우 크다.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 동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생각할 것이다. 총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립을 선언하면 오히려 총선 이후의 레임덕을 재촉할 뿐이다. 인물이 문제일 것이다. 친박 숫자를 늘리기 위해 무리수를 두면 지역구별 특수성에 따라 무소속 당선자가 나올 수 있다. 다수의 후보를 내세운 뒤 상황에 따라 정리할 것이다.
2. 정종섭 행자부 장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백승주 전 국방부차관 등 3명은 청와대발 진박인 듯하다. 다른 후보는 스스로 진박을 외치는 '자박'(自朴)에 가깝다. 박 대통령 복심(대리인)을 놓고 최경환 의원, 김재원 의원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최 의원 주도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현역 의원은 공천 영향력이 거의 없다.
3. 그렇다. 대통령의 목표를 하나로 꼽는다면 유승민 의원 공천 배제다. 경선에서도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 공천경쟁 시작할 때 대통령 메시지가 다시 나오면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무소속으로 현 지역구에 출마하면 필패한다. 서울 강남에서 출마해 전국적으로 이슈를 주도해야 유승민식 정치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
4. 야권 분열이 가장 큰 변수다. 야권이 분열할수록 대통령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다. 질서 있는 재편을 전제로 야당이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오면 새누리당이 어려울 수 있다. 이럴 경우 대통령의 총선 개입이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대 총선의 기본 성격은 박근혜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다. 새누리당의 압승 시나리오는 야권 분열의 반사이익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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