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이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총선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전에 치러진 대구경북(TK)의 총선은 이슈도 없었고, 지역민의 관심도 떨어졌다. 그러나 이번 TK 총선은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 심판을 언급하면서 기존 현역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또 김문수'김부겸의 여야 빅매치도 주목받고 있다. 본선보다 공천 경쟁이 더 치열한 TK 총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대구 동을 유권자 손에 달린 유승민 vs 이재만
국회법 파동으로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의 생존 여부는 이번 총선의 최대 이슈다. 유 의원은 작년 5월 야당과 공무원연금 협상 과정에서 행정부 시행령에 국회의 견제 기능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합의했고 이를 청와대가 '위헌'이라며 문제 삼으며 갈등이 시작됐다. 결국 이 사건이 도화선이 돼 지난 7월 유 의원은 원내대표직을 내려놨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진실한 사람' '배신의 정치' 발언은 유 의원을 겨냥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재 청와대의 입장은 '불개입 원칙'이다. 청와대와 친박계가 원내대표 사퇴 때와 같이 공천 과정에서 '유승민 찍어내기식'으로 무리수를 두면 역풍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로선 유 의원과 맞붙을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이 경선에서 실력으로 승리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다. 박 대통령과 유 의원의 직접 대결로 비치는 '박심'을 행사하기에는 큰 부담이 따른다. '유승민 살리기냐, 아니면 죽이기냐'의 선택은 대구 동을 유권자의 손에 달렸다.
◆유 지지 일부 초선 의원 vs '진박' 청와대 참모
김희국(중'남구), 류성걸(동갑), 김상훈(서구), 권은희(북갑), 홍지만(달서갑), 윤재옥(달서을), 이종진(달성) 의원 등 새누리당 대구 초선 7명의 생존 여부도 이번 총선의 주요 이슈다.
이들 중 일부 의원은 유승민 사퇴 파동 시 유 의원 편에 섰거나 묵시적 지지를 보내 이른바 '유승민 키즈(Kids)'로 각인돼 친박계발 물갈이설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현재의 초선 7명은 19대 총선 당시 현역의원 교체를 바라는 당시 여론을 등에 업고 국회에 입성했지만 이번 총선의 물갈이론은 다소 궤를 달리한다. 지난 총선 때는 이해봉 의원의 사망과 고령인 박종근'홍사덕 의원,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달성), 부적절한 처신 등에 따른 신진 인물 영입 등으로 대폭적인 물갈이가 이뤄진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은 좀 다르다. 그 진원지가 다름 아닌 청와대라는 것.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국회의원을 물리친 채 대구를 방문, TK에 자신의 정치적 신호를 보냈다.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는 메시지를 실천에 옮겼다는 해석 속에 대구에 연고가 있는 청와대 참모 4인방을 대동, 물갈이설을 증폭시켰다. 초선 의원들 상당수가 타깃이 됐고, 그들의 지역구엔 장관을 비롯해 청와대 참모진이 '박심'을 앞세워 등장했다. 경쟁은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어느 쪽도 낙관할 수 없는 쪽으로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친박 중심이냐, 아니면 의정 경험 있는 초선을 정치적으로 키울 것인가의 선택은 TK의 미래를 걱정하는 시도민의 몫이다.
◆'박심' 내세운 김문수 vs '민심' 훑어온 김부겸
새누리당이 수성갑에 몰아치는 '김부겸 열풍'을 잠재우고 수성할 수 있을지, 아니면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이 여당 텃밭에 깃발을 꽂을 수 있을지도 이번 총선에서 주의 깊게 지켜볼 사안이다. 새누리당이 대구의 '정치 1번지'이자 텃밭의 심장인 수성갑을 지켜내지 못할 때는 TK에 메가톤급 폭풍이 몰아치게 돼 고민이 깊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자청해 김부겸 저격수로 나섰지만 지역주의 타파를 내세우며 바닥에서부터 민심을 다독거려 온 김 전 의원의 기세가 만만찮다. 김 전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40.4%, 지난해 대구시장 선거 때는 40.3%를 획득했다. 특히 수성갑에서는 50.1%라는 높은 지지율을 얻기도 했다.
'대구에도 야당 국회의원이 있어야 국회의원 전체의 역량이 높아진다'는 '메기 효과'를 기대하는 여론과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역을 지켜야 한다'는 '박근혜 경호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경기도지사 시절 대수도론(수도권 행정구역 단일화 및 규제 완화)을 주장했던 김 전 지사의 과거 언행과 반독재 투쟁에 앞장섰던 사람이 갑자기 친박 모드로 전환한 선거 전략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승부처다. 김 전 의원도 '대구에도 야당 깃발을 꽂아 지역정치를 쇄신해야 한다'는 요구를 실제 표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다. 더불어 야권의 지리멸렬한 모습도 김 전 의원에겐 부담이다. 지역 정치권에선 '박근혜 바람'의 강도가 판세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통합선거구 현역 의원 경쟁은 '소속 계파' 변수
선거구 조정으로 촉발된 경북의 현역 국회의원 간 경쟁은 ▷새누리당 공천 확보 여부 ▷소지역주의 강도 ▷무소속 연대 파괴력 등에 따라 결판이 날 전망이다.
통합선거구가 우선추천지역이 되면 현역 의원들의 소속 계파가 변수다. 장윤석 의원(영주)은 계파색이 엷은 편인 반면 김재원 의원(군위'의성'청송)과 이한성 의원(문경'예천)은 각각 친박계와 비박계 주류로 분류된다. 김종태 의원(상주)은 친박이었지만 현재 주류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구 획정 잠정안을 대입하면 상주와 군위'의성'청송의 통합선거구는 '구박'과 '진박'의 대결 구도가 된다. 영주와 문경'예천의 통합선거구는 친박계가 없는 선거구다. 소지역주의가 얼마나 바람을 일으키느냐도 관건이다. 새누리당 경선은 물론 본선에서 시'군민들이 '우리 지역 국회의원'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면 의외의 바람이 불 수 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기준 각 지역의 유권자 수는 상주 8만8천3명, 군위'의성'청송 9만6천501명(2만2천266명+5만532명+2만3천703명), 영주 9만2천496명, 문경'예천 10만3천565명(6만3천805명+3만9천760명)이다.
이와 함께 무소속 연대의 파괴력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18대 총선 당시 상주의 성윤환 친박무소속 후보는 한나라당 후보를 꺾은 바 있다. 이에 최근 상주에선 '진박' 후보에 맞서기 위해 후보 단일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선·고령 의원 공천 '친박계 입김'에서 결판
3선 이상 중진들의 공천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다선 의원들은 "국회는 선수(選數)가 많아야 대접을 받는 만큼, 더 비중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역할론을 내세운다. 19대 국회서 대구에선 4선인 이한구(수성갑'불출마 선언) 의원을 비롯해 3선의 서상기(북갑)'유승민(동을)'주호영(수성을) 의원이 포진했다. 경북은 4선의 이병석(포항북) 의원과 김태환(구미을)'정희수(영천)'최경환(경산'청도)'장윤석(영주) 의원이 중진 대열에 있다.
이들은 또 선수 추가 후 국회의장단 등에 도전장을 낼 태세지만 세대교체와 물갈이 여론에 부닥쳐 있다. 이병석 의원은 5선이 되면 국회의장직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친박계의 입김이 TK를 감싸고 있는 형국서 그는 'MB'(이명박 전 대통령) 계열로 분류되는 데다, 박승호 전 포항시장 등 강한 경쟁자와의 공천 경쟁을 뚫어야 한다.
김태환'서상기 의원은 각각 1943년'46년생으로 나이가 문제다. 두 의원은 "중요한 것은 물리적 나이가 아니라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열정"임을 강조한다.
장윤석 의원은 같은 검사장 출신에 영주중 후배인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공천 경쟁을 해야 한다. 정희수 의원은 중앙무대에서 '독자적인 자기 목소리를 내기에 부족했다'는 평가와 함께 지역구 관리 소홀을 지적받고 있다. 다선의 피로감에다 친박 핵심에 속하지 못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주호영 의원은 현재까지 당내 경쟁자가 없지만 친박의 풍차돌리기식 후보 심기를 지켜봐야 해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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