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한국의 성공 경험이 '한류 3.0' 원천

한류 하면 누구든 드라마 '대장금' '겨울연가'를 떠올린다. 빅뱅은 중국, 일본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린다. 그러나 언제적 대장금이요, 언제적 겨울연가인가? 언제까지 아이돌 스타에 매달릴 것인가? 한때 프랑스와 이탈리아 대중문화의 몰락은 남의 일이 아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영화와 샹송, 칸초네를 마지막 들은 것이 벌써 몇 년 전인가? 한류도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았다고 하면 과장일까?

대중문화계의 대안은 제작 시스템을 팔자, TV 프로그램 기획을 팔자는 수준이다. 현실성 있는 이야기일까? 일본은 대중문화의 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더 오래된 나라다.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 만화든 예외 없이 한국보다 훨씬 뿌리가 깊다. 제작 시스템, 양성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중국도 만만치 않다. 중국 제작사가 연기자와 프로듀서만 한국에서 데려가 제작하는 일이 성행한다. 거기에 일본과 중국의 대중문화 산업은 한국보다 훨씬 막대한 자본력을 자랑한다. 한류 2.0, 즉 시스템의 판매도 이미 한계에 부닥쳤다는 이야기다. 달라져야 한다. 여유 부릴 때가 아니다. 한류 3.0을 고민해야 한다. 역사는 준비하는 자에게는 기회를, 성공에 안주하는 자에게는 처절한 패배를 안겨 주었다.

'한류 3.0'은 한류의 근본적 재정의를 전제로 한다. 대중문화뿐 아니라 고급문화도 한류로 수출해야 한다. 한옥과 온돌을 비롯한 생활양식도 한류로 수출해야 한다. 교육제도와 대중교통 시스템을 비롯한 모든 사회 시스템을 한류로 수출해야 한다. 원조 '받는' 국가에서 '주는' 나라로 발전한 경험 역시 한류로 수출해야 한다. 새마을운동 역시 한류의 중요한 한 흐름이다. 공무원과 대기업의 공채 제도도 역시 후발국에 매우 소중한 시스템일 수 있다.

'한류 3.0'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인적 교류가 필수적이다. 개발도상국 젊은 엘리트를 불러들여 '한국'을 눈으로 보여주고 몸으로 느끼게 하자. 뛰어난 한국 사람, 우수한 생활양식을 보여주고, '한국' '한국인' '한국 문화'에 감동하게 만들자. 자연스럽게 '한국'을 수입하도록 만들자.

우리 젊은이도 더 많이 나가야 한다. 그들을 통해 한국의 의식주 전반과 제도가 해외로 자연스럽게 전파돼야 한다. 우리 젊은이들이 저개발국 작은 마을의 지도자로서 발전의 '핵'이 되게 하자. 1960년대 미국 젊은이들이 저개발국에 가서 봉사하던 '평화봉사단'(Peace Corps)의 한국판을 만들어 보자. 젊은이들은 한국 문화 전도사, 한국 상품 마케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21세기 벽두 세계를 강타한 탭댄스의 열풍이 어느 순간 가라앉아버렸음을. 아일랜드 경제의 부흥과 함께 미국 동부 실리콘밸리에서 떠올라 전 세계를 풍미했던 아일랜드의 국민 춤 탭댄스. 그러나 이른바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사태로 명명된 경제 위기 당시 아일랜드 경제도 추락하면서 함께 잊혔다. 대중문화는 국가나 민족 경제의 흥망성쇠와 긴밀하게 연계돼 있는 것이다.

제3세계가 한류에 심취하는 것은 한국의 성공을 본받고 함께 누리고 싶어서다. 만일 한국이 산업화에 실패했다면, 민주화에 실패했다면 한국 대중문화에 관심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일부 대중문화 전문가들이 한류 확산을 부르짖으면서도, 한국의 성공 경험을 폄훼하는 것은 위험한 불장난이다. 한류의 확산은 한국이 지속적으로 성공해야 가능하다. 한국 경제를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한류 3.0으로 제3세계 전체로 한국의 시장을 확대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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