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군 F-15K 새해맞이 편대비행…"영공방어 이상무!"

우리 공군의 F-15K 전투기가 울릉도 상공에서 고도를 3.5㎞로 높이자 솜털 같은 구름이 눈 아래 펼쳐졌다.

수평선 너머로는 붉은 태양이 힘차게 솟아오르며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기자는 2016년 새해를 하루 앞둔 31일 새벽 F-15K 전투기 후방석에 올라 공군의 전투초계비행을 직접 체험했다.

기자가 탑승한 F-15K 전투기는 다른 F-15K 3대와 편대를 이뤄 대구 비행장에서 이륙해 동해 상공에서 서북도서 상공으로 한반도를 가로지르고 대구 비행장으로 귀환하는 비행경로를 택했다.

F-15K는 최대 시속 2천826㎞에 작전 반경이 1천800㎞에 달해 대한민국 상공을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영공 방어 임무를 수행한다. 체공 시간도 3시간이 넘어 한반도 전역에서 작전을 펼칠 수 있다.

F-15K 편대가 울릉도 상공을 비행할 때 교신 스피커로는 "새해에도 우리 공군은 적 도발에 단호히 응징할 수 있는 전방위 대비태세를 유지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힘찬 목소리가 울렸다.

편대를 이끄는 공군 11전투비행단 110전투비행대대 김성주(39) 소령의 새해 인사였다.

동해 상공에서는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가 편대에 합류했다. 피스아이는 고성능 레이더로 적 항공기를 포착해 지상 기지에 보고하고 아군 전투기를 지휘해 '공중의 전투지휘사령부'로 불린다.

F-15K에서 내려다본 대한민국은 아름다웠다.

울산 상공에서는 공장 불빛이 새벽어둠을 밝혔고 울산 앞바다에는 새벽 조업에 나선 고깃배들의 불빛이 점점이 떠 있었다.

울릉도 상공의 일출을 뒤로하고 하얀 눈으로 덮인 백두대간을 넘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쓰일 스키 점프대와 알펜시아 리조트가 한눈에 들어왔다.

평창 상공에서 피스아이와 헤어진 F-15K 편대는 왼손을 펼친 모양의 '레프트 핑거 팁' 대형을 이루고 시속 650㎞로 속력을 높여 서쪽으로 비행했다.

서해가 눈에 들어오자 기자가 탄 F-15K 전방석에 탑승한 조종사 이상혁(36) 소령은 창 밖을 가리키며 "아래 보이는 조그만 섬들은 모두 북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의 팽팽한 긴장감이 순간적으로 느껴졌다.

F-15K 편대 비행을 이끈 김성주 소령은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 비상 대기 중인 F-15K에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슬램-ER'을 장착하고 연평도 상공으로 출격한 경험을 갖고 있다. 당시 F-15K 편대는 이튿날 새벽까지 NLL 상공에서 교대로 초계 임무를 수행했다.

공군은 연평도 포격 도발을 계기로 F-15K가 비상 대기할 때 공대공 무장뿐 아니라 JDAM(통합직격탄) 등 공대지 무장도 갖추도록 했다.

기자가 탑승한 F-15K도 단거리 적외선 공대공미사일(AIM-9X) 2발, 중거리 레이더 공대공미사일(AIM-120C) 2발, 레이더 공대지미사일 GBU-39(SDB) 8발을 탑재했다.

전투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F-15K 편대가 동해 상공에서 적의 열추적 미사일을 회피하기 위한 조명탄인 '플레어'를 10발씩 발사하며 좌우로 흩어지는 기동을 하자 기자의 온몸에 체중의 4배에 달하는 중력이 가해졌다. 혈류가 다리 끝으로 쏠리는 것을 완화해주는 'G-수트'가 작동하자 복부와 하반신이 아플 만큼 꽉 조였다.

대구 비행장으로 귀환하기 직전 F-15K 편대가 순간적으로 고도를 3.5㎞까지 높여 전투 기동을 하고 기체를 뒤집을 때는 체중의 5.5배에 이르는 압력이 가해졌다. F-15K 조종사는 작전을 수행할 때 체중의 9배에 달하는 압력을 이겨내야 한다.

편대 비행을 마친 김성주 소령은 "새해에도 우리 공군은 적 도발시 단호히 응징할 수 있는 확고한 군사대비태세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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