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만큼 긴 시기다. 피곤한 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이 쉴 여유를 주고 체험활동에 참가할 수도 있다. 부족한 공부를 보충할 기회이기도 하다. '자녀의 방학이 부모에겐 개학'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부모 입장에선 자녀가 겨울방학을 어떻게 보내도록 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 적지 않다.
겨울방학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학년에 따라 차이가 난다. 초등학생이라면 독서에 관심을 쏟으라는 게 다수 교육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중학생은 학습과 진로에 대해 고민해볼 때다. 다만 전문가들은 학부모가 자녀에게 작은 목표 하나하나를 제대로 이뤘는지 닦달하기보다 공부에 대한 흥미가 커지면 된다는 정도로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초교생에게 겨울방학은 독서의 계절
대구 덕인초등학교는 겨울방학 동안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교내 도서관인 '글마루 도서관'을 개방한다.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게 유도하기 위해서다.
독서는 자료를 해석하는 데 기본 조건인 문장과 어휘에 대한 이해력을 갖출 수 있게 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 이 때문에 학년별로 겨울방학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지 안내할 때도 독서를 포함시켰다. 권장도서 목록도 함께 소개했다.
6학년 경우 ▷걱정 마, 다 잘 될 거야(메리 어메이토 지음) ▷좌충우돌 선거운동(최형미 지음) ▷숭례문을 지켜라(윤자명 지음) ▷초등 경제 콘서트(리비아나 포로팟 지음) ▷다정한 사랑 주식회사(손정혜 지음) 등 80권을 목록에 올렸다. 4학년을 위한 독서 목록에는 ▷조선왕조실록(김경수 지음) ▷지킬박사와 하이드(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올리버 트위스트(찰스 디킨스) ▷모모(야엘 아쌍 지음) ▷배비장전: 현실을 꼬집다(구민애 지음) 등 80권이 담겼다.
중'고교생 경우 학습과 상급 학교 진학에 대한 부담 때문에 마음 놓고 읽고 싶은 책을 잡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책을 가까이하는 습관을 들여 놓으면 학습에도 큰 도움이 된다. 글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국어뿐 아니라 다른 과목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덕인초교 측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짧은 시간 동안에는 긴 글을 읽어주고 공유할 시간이 많지 않아 겨울방학을 잘 활용해야 한다"며 "그림책은 짧은 이야기와 그림이 공존해 학년에 구애받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독서 자료"라고 했다.
저학년은 독후감 쓰기 등 독후 활동을 강요하면 독서에 대한 거부감만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인공의 명함 만들기 등 다른 활동을 접목하는 게 효과적이다. 고학년이라면 간단하게나마 책에 대한 서평을 써보게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대구시교육청 한준희 독서 담당 장학사는 책을 무조건 많이 읽는 것보다 1권이라도 제대로 읽는 것이 책을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 장학사는 "1권의 책을 다양한 형태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으로 책을 접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책 속 배경 찾아가기 등 학부모가 자녀와 함께 현장체험을 더하면 책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학생은 진로 고민과 함께 배운 내용 복습
초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시기는 학생들의 독서 수준이 천차만별로 갈릴 때다. 깊이 있는 책을 읽을 수준에 근접하게 된 학생이 있는가 하면 중학교 입학 후 점차 책에서 멀어지면서 독서 수준이 정체된 경우도 적지 않다. 책을 읽는 습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면 연령별 필독서에 집착하지 말고,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 읽으며 재미를 붙이는 게 우선이다. 다만 고교 진학 후를 생각한다면 중학생 시절은 초교 때보다 좀 더 교과 학습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방학 때 학습 계획은 시간이 아니라 목표를 기준으로 짜는 게 좋다. 가령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국어, 이후 1시간은 수학'처럼 계획을 세울 것이 아니라 '매일 오전 신문 읽기' '수학 문제집 3권 풀기' '영어 원서 2권 읽기' 등 학습 목표를 정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다만 이때 양보다 질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자칫 양에 치중하다 학습의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잘 풀리지 않는 문제를 반복해 푸는 것이 같은 시간 동안 문제집 10쪽을 푸는 것보다 낫다.
특히 중3은 고교 진학 후까지 고려해 학습 전략을 세워야 한다. 희망 대학을 정해 자기소개서를 써보면서 진로를 구체적으로 고민해보는 것이 좋다. 국어 시험에 대비해 고교 과정에 포함된 문학 작품 등을 읽어두고 영어 경우 기초 문법 정리, 유형별 독해에 신경을 쓰는 것도 권할 만하다.
수능시험에서 영어가 절대평가 체제로 바뀌면서 수학 비중이 더 커질 전망이어서 겨울방학 동안 수학 공부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황금중 예미경 수석교사는 "시간을 넉넉히 투자해 수학 개념을 스스로 학습하면서 혼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친구들과 함께 해결해나가는 것이 좋다"며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 이해시킬 수 있다면 제대로 학습한 것"이라고 했다.
중3 학생 중에선 겨울방학 때 고교에서 배울 내용을 선행 학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동안 배웠던 내용을 다시 살피면서 자신의 약점을 찾아 메우는 과정이다. 중학교 과정 전 범위에서 문제가 출제되는 고1 첫 모의고사는 고3 때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김기영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은 "중학교 때 배운 내용을 점검하면서 부족한 학습 능력을 파악하는 것은 성적을 향상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고교 진학 후 문'이과를 결정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자신의 현재 학업 능력을 알기 위해 지난해 고1 학생들이 치른 3월 전국학력평가 문제를 풀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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