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예비후보 발만 동동
"언제 선거운동이 중단될지 몰라 너무 불안합니다."
정치권의 무능력으로 선거구가 사라진 지 사흘째인 3일, 대구경북 총선 예비후보들은 언제 선거활동이 금지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 신인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거구가 없어져도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임시로 허용한 상태이지만 예비후보들은 마음이 편하지 않다.
대구경북 총선 예비후보는 대구 40명, 경북 43명 등 모두 83명이다.
선관위는 12월 31일까지 등록을 마친 예비후보에 대해서는 오는 8일까지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선거운동 단속도 유보하겠다고 밝혔지만 헌정 사상 초유의 상황에 처한 예비후보들은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선거운동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8일 이후부터 선거운동이 중단되면 명함 배포도 할 수 없고, 플래카드도 전부 철거해야 하는 대혼란이 발생하는 것이다.
박준섭 대구 북갑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지난 1일부터 부지런히 유권자를 만나고 다니지만, 맘이 불편하다. 선관위가 선거운동을 임시로 허용했지만 선거구가 사라진 상황이 씁쓸하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선거구가 사라지는 등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하루빨리 선거구 획정이 이뤄져 마음 편하게 선거운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태옥 대구 북갑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지난 1일부터 지난해 12월과 마찬가지로 선거구 획정 여부에 개의치 않고 민심 잡기에 최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눈에 띄는 교차로에서 인사하기보다는 지역구 주민을 만나 새해 인사를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정 후보는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지 않아 선거구 조정이 예상되는 복현'검단 지역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 현역 의원들은 선거운동에 제약이 없어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현역 의원들은 13일까지 의정보고서를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구 일부 현역 의원은 1일부터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전통시장 등에서 명함 크기의 의정보고서를 배포하면서 사실상 선거운동을 마음껏 하고 있다.
조영삼 대구 북을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현재는 선거운동을 하고 있지만 8일 이후에는 선거운동이 중단되기 때문에 너무 불안하다"면서 "예비후보들이 선거운동을 중단하면 현역 국회의원들도 선거운동을 중단해야 하며, 유권자들이 현역 의원을 다음 선거에서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현철 기자 momo@msnet.co.kr
②선거구획정위도 손 못써
사상 초유의 국회의원 선거구 무효 사태로 병신년 새해를 맞았지만, 여야는 여전히 합의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마저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시한 선거구 획정 기준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획정안 마련에 실패하면서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8일 처리마저 불투명해지고 있다.
특히 획정위가 결론을 내리려면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나 획정위가 여야 동수로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돼 있어 이 역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다. 덧붙여 정 의장의 안에 대해선 여야 모두 반대하는데다, 선거구와 쟁점법안에 대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교착정국이 무한대로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행 지역구 246석을 토대로 농어촌 선거구 축소를 최소화한 선거구 획정 기준을 넘겨받은 선거구획정위는 2일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획정위는 정 의장의 요청에 따라 현행 제도를 기준으로 한 획정안을 5일까지 국회에 제출하기로 함에 따라 이날 회의가 주목됐으나 '불발탄'만 쐈다. 이날 회의에서 획정위는 현행 의석수 비율(지역구 246석'비례대표 54석)을 유지하되 농어촌 지역구의 대표성 강화를 위해 일부 경우에 대해선 자치 시'군'구의 분할을 예외적으로 허용하자는 정 의장의 기준을 적용해 획정안을 마련하는 데 대해서는 참석위원 전원이 합의했으나 자치 시'군'구 일부를 분할해 인근 선거구에 붙이는 방식으로 분구 대상에서 제외하는 수도권 선거구 최대 3곳을 선정하는 대목에서 여야 추천 위원들 간 의견이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획정위가 차기 일정도 잡지 못한 채 헤어짐에 따라 8일 획정안 통과라는 '시나리오'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획정위가 5일까지 정 의장이 제시한 기준에 근거해 선거구 획정안을 제출하더라도 여야가 모두 정 의장의 가이드라인에 반대, 이를 반영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획정위 합의마저 불발된 것.
정 의장은 8일 획정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하기 위해, 획정위에서 획정안이 제출되는 대로 심사기한을 정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로 보낸다는 계획이었다.
획정위가 결론을 이끌지 못했고, 여야 모두 현행 제도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안행위에서 해당 획정안을 의결할 가능성도 낮다. 이에 따라 안행위가 선거법 개정안을 내놓지 못하면 정 의장이나 개별 의원이 현행 제도를 내용으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새로 내놔야 의장의 직권상정을 위한 심사기일 지정이 가능한데 물리적인 시간에 비춰볼 때 임시국회 내에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야의 협상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야가 여론을 의식해 선거구 획정안 협상을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이전처럼 비례대표 축소 및 비례성 보장 방안을 두고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크고, 여기에 새누리당은 5대 쟁점법안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더민주는 쟁점법안 수정'절충안을 내놓으라고 되받아치는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최두성 기자 dschoi@msnet.co.kr
③신인-현역 법적 분쟁까지
4'13 총선의 선거구가 사라진 '미증유의 사태'를 맞아 법적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새누리당 곽규택(부산 서) 예비후보는 4일 이 지역 현역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을 상대로 한 '의정보고서 발송 및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부산지방법원에 낸다고 3일 밝혔다. 곽 예비후보는 신청서에서 "선거구와 선거구민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법률 개정 없이 현역 국회의원이 기존 선거구민을 상대로 의정보고서를 발송 또는 배포한다면 이는 존재하지 않는 선거구민을 대상으로 하는 법적 근거 없는 행위이자 사전선거운동으로서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신청인(유 의원)은 기존 선거구민에게 발송 또는 배포하기 위해 의정보고서를 제작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당장 선거구민에 대한 인지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쳐 결국 선거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므로 현실적으로 그 피해를 회복할 방법조차 없을 것"이라고 가처분 신청 사유를 설명했다.
그는 "선거구가 없는 무법천지로 만든 19대 국회와 현역 의원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가처분 신청 요건에 따라 유 의원 개인을 대상으로 냈지만, 사실상 현역을 상대로 '불공정 게임'을 해야 하는 모든 예비후보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임정석(부산 중'동), 정승연(인천 연수), 민정심(경기 남양주을) 예비후보는 국회를 상대로 한 '부작위 위법 확인 및 선거구 획정 청구'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다.
이들은 보도자료에서 "국민들은 선거구 미확정으로 인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자신의 지역구에 가장 적합한 후보가 누구인지 결정하지 못해 선택권이 심각하게 제한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예비후보들은 어느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해야 하며, 누구와 경쟁해야 하는지 모르는 '깜깜이 선거'를 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황수영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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