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의 고민이 깊어만 가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집권 여당의 심장부 대구 수성갑에서 정치사의 한 획을 긋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이 산산조각나면서 자신의 지향점과 웅지가 외부 변수에 의해 좌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의 현재 상황은 고무적이다. 최근 진행된 다수의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적게는 10%, 많게는 15% 이상 경쟁 후보를 앞서고 있다. 한때 경로당에 가면 "빨갱이 아니냐" "후보는 좋은데 당이 맘에 안들어서…"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경로당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부겸이 왔나, 잘해라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현장의 분위기가 좋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요즘 바닥 분위기와는 반대로 생각과 고민이 더 많아지고 있다. '김부겸을 잡기 위해 왔다'는 강한 상대를 크게 앞서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집의 대들보가 하나 빠진 듯 왠지 찜찜한 기운이 그를 누르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몸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사분오열되고, 안철수 신당이 야권의 대안 세력으로 세를 모아가면서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야권의 분열상은 자신의 정체성과 또 여당 텃밭인 대구에 몸을 던진 '정치적 의미'를 훼손시켜, 야권 지지자는 물론 그를 지지하는 수성갑 유권자들로부터도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 측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는 '여당 텃밭에서 단일 대오의 야당 주자로 나서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친노' 정당으로 축소되고, 안철수 신당이 야권의 대세로 자리 잡을 경우 김 전 의원 측이 바라는 '김부겸 스토리'는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
김 전 의원의 고민은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 자리를 고사한데서 잘 드러난다. 김 전 의원 측은 "선대위원장을 맡을 경우 '대구를 떠난다'는 이미지를 풍길 수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 대구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애당심과 현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갖고 있지만 이번 만큼은 '지역구도 타파'라는 대의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중앙당에 역으로 부탁하는 형국이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 측의 이 같은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의 야권 지도가 급격히 달라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김 전 의원이 새로운 선거 전략과 새로운 스탠스를 가져갈 수밖에 없는 형국으로 내몰릴 것이 자명하다.
김 전 의원은 4일 "더불어민주당이 잘 되기를 바랄 뿐이다. 탈당을 논할 때가 아니다"는 원론적인 말을 했지만 소속당이 사실상 좌초할 경우 친정과 정을 떼야 하는 새로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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