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노동 5법 등 법안을 직권상정하는 것을 두고 청와대와 입법부 수장이 정면충돌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경제법안과 선거구 획정 연계는 불가"라고 못박으며 청와대에 날을 세웠고, 청와대는 "언론 플레이가 지나치다"고 반박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정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 주재의 청와대 신년 인사회에서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경제법안과 선거구 획정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두 사안을 연계 처리하는 것은 안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이에 이 실장도 "알았다"고 답했다는 것이 정 의장의 설명이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발끈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연계' 표현을 쓰지 않았는데 정 의장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불쾌해했다. 청년 실업난을 해결하고자 민생법안을 먼저 처리하자고 했을 뿐인데 정 의장이 과대 해석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일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발언은 신년 인사회 전후에 두 분이 나눈 대화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청와대는 연계가 아니라 민생법안 처리가 시급하니까 조속히 처리하자고 한 것이지 선거구 획정 문제와 연계하자는 의도는 없었다"며 "선거구 획정은 국회 일이고 노동법안은 다른 문제니까 (청와대가) 연계를 요구한 것은 아니다"고 정 의장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8일 임시국회 본회의에 정 의장이 주요 법안을 직권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 의장은 완강하다. 정 의장은 청와대의 반박을 선거법과 민생법안을 연계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직권상정 불가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쟁점 법안 직권상정은) 법이 안돼 못하는 것이다. 하고 싶어도 못하게 돼 있는 것을 억지로 할 수는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와 입법부 수장의 갈등이 외부로 표출된 것과 관련,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6월 국회법 개정안 문제로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대해 청와대가 반대 의사를 표명했을 때 정 의장은 중재안을 만들었다. 개정안의 핵심은 정부의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 권한을 강화한 것이었는데 '정부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에서 '요구'를 '요청'으로 바꿔 정부로 보내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고, 국회로 국회법이 되돌아오자 정 의장은 본회의에 상정하며 청와대와 입법부 수장이 기싸움을 벌였다.
한 정치권 인사는 "국회법 개정안이 청와대로 돌아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려고 했는데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만들어 상황이 꼬인 것이다. 지금 청와대와 정 의장의 갈등도 당시 상황과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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